[문화] 삶과 죽음 경계의 ‘조명가게’…“수수께끼 풀 듯 봐주셔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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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웹툰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8부작)는 어두운 골목길 끝 조명가게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서움, 호러 그 자체보다 그런 뉘앙스만 풍기며 알 수 없는 분위기로 끌고 가려 했어요. 결국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니까요.”(김희원 감독)

디즈니플러스 8부작 '조명가게' 연출 김희원 #"연극처럼 1, 2막 나눠서 전·후반 톤 다르게" # 삶과 죽음 경계의 미스터리, 돋보이게 풀어 # "강풀 특유의 따뜻함, 사랑 이야기 살렸다"

지난 18일 최종회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 ‘조명가게’(8부작)는 4부를 기점으로 놀라운 커브를 그린다. 어두운 골목길 끝의 조명가게 주인 정원영(주지훈)에게 어딘가 이상한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전개되던 미스터리 스릴러는 4부 마지막에 이들이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비춘다. 이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임사체험자들의 이야기이며, 앞으로 이들의 진짜 사연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누적 조회수 1억5000만 뷰에 달하는 강풀 작가의 웹툰 원작(2011년)과 각본을 초보감독 김희원이 본인 스타일로 영상화했음을 입증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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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웹툰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8부작)는 어두운 골목길 끝 조명가게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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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웹툰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8부작)는 어두운 골목길 끝 조명가게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2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원은 첫 연출작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도 감독으로서 작품을 선보이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작품을 최종적으로 넘겼을 땐 살짝 공황 같은 게 왔는데, 시청자 후기에 ‘연출 지렸다’ 같은 걸 보고 뿌듯했다”고 했다. 전·후반의 톤을 달리 한 데 대해선 “연극을 오래 해서인지, 1~4부가 1막이고 5부가 브릿지, 6~8부가 2막이라 생각됐다”며 “처음엔 답답하더라도 수수께끼 풀 듯 숨겨놓은 힌트들을 뒤에 알아봐 주시길 바랐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며 웃었다.

연극판에서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그는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영화배우로 데뷔한 이래 다채로운 조연으로 활약해 왔다. 연출의 꿈을 품긴 했지만 이번 ‘입봉’은 전적으로 강풀 작가의 제안에 힘입었다. 지난해 공개돼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트 역대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무빙’(원작·각본 강풀) 시리즈에서 초능력자 학생들을 육성하는 체육교사 최일환 역으로 인연을 맺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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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의 ‘조명가게’(8부작)를 연출한 김희원 감독. 연극배우로 출발해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영화배우로 데뷔한 그의 첫 연출작이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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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물 '무빙'(2023)에서 초능력자 학생들을 육성하는 체육교사 최일환을 연기한 김희원.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캐릭터를 전체적으로 분석해서 연기하는 편인데, 일환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달라고 의견을 낸 게 작가에게 받아들여진 적 있다. 그걸 좋게 보신 건지…. 배우일 때보다 감독으로 작품하면서 더 치열하게 토론했고, 장면 장면을 두고 서로 옥신각신했다(웃음).”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험, 즉 빛을 보았다, 짙은 어둠을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등이 ‘조명가게’의 세계를 관통한다. 죽음 문턱에 선 이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전구를 찾아갈 때 생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정이다. 누가 산 사람이고 망자인지 혼란스러운데, 이를 밀고 가면서 각자 사연을 적절한 호흡으로 풀어내는 게 돋보인다. 이를 위해 에피소드마다 장르 실험도 했다.

“시리즈다 보니 다음 이야기에 궁금증을 줘야 해서 1부는 서스펜스, 2부는 호러, 3부는 활극으로 가고, 4부에 반전을 줬다. 1부는 정직하게 스탠딩으로 찍고 2부엔 카메라 무빙을 강조하고, 3부는 전부 핸드헬드로 찍었다. 4부 엔딩은 처음부터 롱테이크로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대형 버스사고의 희생자들로 밝혀진 등장인물 중에 현주(신은수)를 살리려는 엄마(이정은)의 모성애가 찍으면서도 가장 가슴 아팠다고. 선해(이민하)와 그의 동성연인 혜원(김선화), 현민(엄태구)과 청각장애 연인 지영(설현)의 경우처럼, 처음엔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관계가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감정의 반전이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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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웹툰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8부작)는 어두운 골목길 끝 조명가게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 게 강풀 원작의 특징인 것 같다. 특유의 정서가 있는데, 판타지든 액션이든 호러이든, 그 따뜻함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 아닐까. ‘조명가게’ 시즌2를 한다면? 글쎄. 연출이든 연기든,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거라면 마다하지 않겠다.”

디즈니플러스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명가게’는 ‘무빙’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트 흥행 2위에 올랐다. 소위 ‘강풀 유니버스’에서 ‘조명가게’는 ‘타이밍’ ‘어게인’ ‘무빙’ 등과 하나로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시리즈에선 8부 종영 뒤 쿠키영상으로 잠깐 등장한다. ‘조명가게’의 형사(배성우)가 시간을 멈추게 하는 영탁(박정민)과 다치지 않는 초능력자 장희수(고윤정)을 각각 맞닥뜨리는 에피소드다. ‘무빙’ 시즌2의 제작은 확정됐고, 강풀 작가가 대본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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