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 외교관들에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나토 가입이라면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자국 외교관들을 만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초청받아 가입하는 것은 정치적 결정일 수밖에 없다"면서 "나토 가입 결정이 내려지도록 필요한 모든 수준에서 싸우라"고 강조했다. '나토 가입' 목표 달성을 위해 서방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란 지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번 지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 강력한 안보 보장을 약속받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강화조약이 체결되더라도 러시아가 재차 침략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촉구해왔다.

젤렌스키는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을 만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방어를 약속하더라도 미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불충분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포함된 안보 보장의) 유일한 방법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라고 역설했다.

가디언은 이번 지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우크라이나를 향해 "엄청난 파괴에 직면할 것이며,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나왔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카잔에 위치한 거주·산업 시설을 드론 8대로 공격하자 화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위협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가 22일 러시아 서부 오룔의 연료 저장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도 주장했다.

같은 날, 트럼프는 취임 직후 푸틴과의 만남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22일 청년보수단체인 '터닝포인트 USA'가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내가 가장 빨리 하고 싶은 일"이라면서 "푸틴이 가능한 한 빨리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다. 앞서 지난 7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와 3자회담을 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종전 후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골자로 하는 자신의 종전 구상안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토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미국·독일은 물론 친(親)러 성향의 슬로바키아·헝가리 등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2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만나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 말 또는 2026년 중반께 끝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 말 종전으로,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대비 4%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전 시나리오'는 2026년 중반 이후 종전되는 것으로, IMF는 "GDP 회복세 둔화, 인플레이션 상승, 재정적자 심화 등으로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