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 예술은 야만?…‘호두까기 인형’ 연말 공연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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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즐기는 건 야만이 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전 이후에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연말 레파토리로 상영되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리투아니아에서 촉발한 정치논쟁을 보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리투아니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의미와 함께 “정신적 검역”을 하겠다며 호두까기 인형을 포함한 러시아 작품들의 공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호두까기 인형은 이탈리아 작곡가 등의 작품으로 대체됐다. 러시아 제국과 소련의 강압적 지배를 극복하고 1991년 독립을 쟁취한 리투아니아 국민들은 불만을 꾹 참고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 보다 재미없는 발레공연을 보며 2년 넘게 버텼다.
그러나 이달 들어 리투아니아에 새 정부가 출범하며 사정이 달라졌다. 신임 문화부 장관인 사루나스 비루티스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난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 동화를 보고 나서 친러시아적으로 됐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면서다.
독립 후 첫 문화부 장관을 지낸 다리우스 쿠올리스 역시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문화를 이용했다”면서도 “우리는 금지당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웠다”며 새 문화부 장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좋다”고 한 비루티스 장관의 발언은 야권의 반발을 샀다. 총리 역시 “러시아 문화에 대한 논의를 그만하라”며 비루티스 장관에 경고하기도 했다. 아루나스 겔루나스 리투아니아 국립예술관장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잔학행위를 희석하기 위해 고전 문화를 이용했다”며 “난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 예술을 어떻게 대해야할지는 전세계적 화두이기도 하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음악가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라는 압박에 “이러다가는 조만간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베토벤, 브람스, 드뷔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프랑스 모두에서 음악감독직을 사임한 투간 소키예프의 사례도 있다.
NYT는 이와 관련해 “2차 세계 대전 동안 영국의 국립예술관장은 베토벤을 비롯한 독일 작곡가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며 “당시 예술관장은 영국의 전쟁이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것이지, 독일국가나 문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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