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 가을, 동절기 상품이 전시된 옷 가게 앞을 반팔 옷을 입은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역대급 폭염과 긴 여름, 스쳐 간 가을까지. 지구를 덮친 이상기후에 패션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현대백화점 바이어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기후변화 테스크포스(TF)’를 이달 중순 출범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브랜드사, 사단법인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하는 첫 시도다.

가장 먼저 ‘시즌’의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1월까지 덥다가 짧은 가을 후 바로 겨울로 접어든 올해 날씨는 사계절에 맞춰진 백화점 시즌과 전혀 맞지 않았다. 백화점은 봄 1월, 여름 3월, 가을 7월, 겨울 9월에 신상품이 들어오고, 계절 정기 세일도 이 일정에 맞춰 수십 년째 열린다. 이달 19일 열린 회의 참석자는 “이제는 5월부터 10월까지가 여름 매출 발생 기간”이라며 “여름이 길어졌으니 시즌을 쪼개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열린 기후변화 테스크포스(TF) 회의에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TF는 여름 시즌을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으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아이템 생산·판로·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여름 정기 세일 외에도 간절기 특별 세일 등 시즌 특화 프로모션을 8~9월에 추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신제품을 기후 관점에서 개발하자는 ‘기온 기획’도 논의 주제다. 냉감 소재의 기능성 아이템과 겹쳐 입기 편한 간절기 아이템, 우비 기능성 제품 등 주력 상품을 날씨에 맞게 세분화한다. 한 참석자는 “기온이 28도일 때, 29~35도일 때, 35도 이상일 때 판매할 아이템을 달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의견을 냈다.

기후변화는 백화점 전반의 고민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기습 한파'에 구스 침구 판매 행사를 일주일 앞당겼다. 신세계백화점도 계절 의류, 구스 침구 등 날씨에 따라 매출 등락 폭이 큰 상품 행사 기간을 날씨 예보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