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생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지난해 티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국내외 공연 무대가 늘어나고 있다. 높은 집중력과 깊이 있는 연주 스타일을 보여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은 내년 첫 협연자로 김서현(16)을 낙점했다. 올해 초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의 온라인 연주 영상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김서현은 다음 달 10일 서울시향과 연주한다.

KBS 클래식 FM도 김서현을 발견했다. 이달 19일 발매된 ‘2024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음반에 김서현이 최연소 연주자로 포함됐다. 2019년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 유망주를 발굴하는 시리즈다. 음반을 제작한 KBS의 김경정PD는 김서현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노련하게 선율을 만드는 탁월함에 귀가 번쩍 뜨였다”고 했다.

눈 밝은 이들이 알아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2023년 스위스의 티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2년 열렸던 같은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에는 나이 제한(만 14세)에 한 살이 모자라 참가하지 못했고, 이듬해 나이 상한선(26세 미만)만 있는 성인 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 티보 바르가 콩쿠르는 내년부터 출전 가능한 나이에 하한선(17세)을 뒀다. 아무래도 ‘김서현 효과’다.

해외에서도 김서현을 알아본다.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티보 바르가의 아들인 길버트 바르가는 콩쿠르 우승 이후 김서현에게 G.B.과다니니 악기를 후원해 줬다. 연주 요청도 이어져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와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내년 5월 실내악을 연주한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김서현은 말이 거의 없고 음성도 조용했다. 무대 위에서 음악을 무섭게 끌고 나가는 모습은 돌변에 가깝다. 그는 “말로 표현 못한 감정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는 희열이 있다”고 했다. 김서현은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홈스쿨링 중이다.

이때 김서현의 어머니가 답변을 이어갔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서현이는 이미 방에 들어가 연습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연습에 강박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될 때도 있어요.”

김서현의 어머니는 또 다른 장면을 전했다. “공연 전 리허설이 끝나고 대기실에 가보면 가끔 울고 있을 때가 있거든요. 소리 없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요.” 김서현은 “좀 더 열심히 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워 그랬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김서현의 내년 공연 스케줄은 촘촘하다. 1·2월 헝가리와 에스토니아에서 협연, 2월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독주회, 5월 스위스에서 협연과 실내악 연주를 하고 7월 이탈리아의 실내악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그때마다 연주곡도 바꾼다. 비예나프스키·모차르트·쇼숑 등을 연주하는 일정이다. “최대한 많은 곡을 연주하고 싶다”는 김서현은 “미래에 대해 자꾸 걱정하게 되는데 지금에 충실하고 집중하도록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