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검, 이러면 위헌"…최순실 헌법소원까지 꺼냈던 한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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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언식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열릴 국무회의에 이른바 '쌍특검법'이라 불리는 내란일반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23일 “헌법과 법률적 요소를 살펴봐야 하는 굉장한 고차방정식으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요구한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적인 이견을 더 검토해야 하고,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느냐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특검 관련 요구를 일단 수용 않기로 한 것이다.

총리실은 26일 열릴 여야정 국정 협의체를 언급하며 “특검법 등은 굉장히 정치적 문제로 여야가 합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특검법 처리를 미루면 탄핵을 추진하고 수사도 의뢰하겠다는 야당에 대해 또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할 일을 하자’는 입장일 뿐”이라며 “거부권의 법정 시한은 내달 1일”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실이 특검법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를 언급한 건 국회가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해주길 바라는 측면이 크다. 한 대행은 특검법을 발의한 야당만 특검 추천권을 갖고, 대통령(대행)이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되는 조항이 위헌적이라고 보고 있다. 적법절차를 어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동시에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독소조항만 제거되면 한 대행이 특검법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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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 사진)은 2017년 야당만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정농단 특검에 대한 헌법 소원을 냈지만, 2019년 기각당했다. 뉴스1

한 대행의 이런 인식은 지난달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발언에도 녹아있다. 한 대행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2017년 국정농단 특검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제기했던 헌법소원 결정문을 언급하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국정농단 특검 추천권도 야당이 가졌지만, 헌재에서 전원일치 합헌으로 판단했다”고 하자, 한 대행은 “정확한 팩트를 알려드리지 않으면 정부가 소송에 걸릴 것”이라 맞섰다.

▶한 대행=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한 헌재 판결이 있습니다.
▶임 의원=위헌인지, 아닌지만 확인해주세요.
▶한 대행=헌재는 여야 대표가 이 법을 공동 발의했고, 모든 국회의원이 참여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특검은 야당이 일방 통과시키고, 여야가 공동 발의도 안 했고, 대통령의 임명권도…. 바로 위헌이다 말씀 드리고요. 대한민국 역사상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일방적 특검은 통과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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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행의 주장대로 헌재의 결정문에는 여야 합의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이 있다. 당시에도 여당은 특검 추천에서 배제됐지만, 헌재는 “여야 대표 합의로 특검법이 발의돼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가결됐고, 추천권자에서 제외된 새누리당 등도 자신들이 추천할 몫을 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위임한 것”이라며 합헌의 이유를 밝혔다.

특검과 달리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선 총리실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 대행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상 헌법재판관 임명도 불가피하단 주장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중에 야당이 추천한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불공정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한편, 한 대행은 23일 경제 6단체 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정부가 건설적인 재정의 역할을 마다치 않겠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지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결정이 되도록 정책 간 일관성, 정합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대행 체제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정치적 흐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아닌,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를 보며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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