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뎅車’ 붕어빵처럼 찍었다, 머스크 사이버트럭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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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재 혁신 불붙인 머스크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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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는 망치로 사이버트럭의 문짝을 내리쳐 보세요. 왜 노크하는 것 같죠? 9㎜ 권총을 쏴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표면이 튼튼합니다. 사이버트럭은 스타십 로켓에도 쓰이는 스테인리스스틸을 쓰기 때문이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했다. “깡통로봇을 닮았다” “직선 디자인이라 안전성이 떨어질 것 같다” 등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갈렸지만,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자동차 차체로 강성이 뛰어난 강철을 가장 많이 썼는데,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스틸로 양산한 첫 사례다.

가볍고 강한 스테인리스스틸…성형 힘들어 그간 활용 못해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테슬라가 자동차 소재에서도 혁신을 만들어낼까. 가공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테인리스스틸을 머스크는 어떻게 다룬 걸까. 머스크의 해법 속엔 자동차 제조 기술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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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쇠구슬을 맞은 방탄유리가 쩍 갈라지긴 했지만, 3년 뒤 머스크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사진 테슬라 유튜브 캡처]

◆‘나무 자동차’가 강철로 바뀌기까지=자동차 차체는 탑승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성능과 연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체가 무조건 단단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충돌 사고 시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해, 탑승자가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기 차량은 대부분 목재였는데, 이 ‘나무 자동차’는 20세기 초 미국의 거친 도로를 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단단한 금속 소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철강 산업이 발달하며 강철이 자동차 차체의 표준 재료가 됐다. 문제는 ‘튼튼한 차’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차량 무게(차중)가 늘었고, 육중한 차량을 움직이려면 더 힘센 엔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 엔진을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고, 연료를 싣고 나면 차중이 다시 더 무거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제일 먼저 ‘가벼운 차’를 찾아 나선 건 모터스포츠였다. 당시 ‘그랑프리 레이스’에선 차중 허용치를 정하고 있었는데, 1928년엔 550~750㎏ 범주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스포츠카 제조사들은 강철 프레임을 유지하되, 차체에 알루미늄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해 중량을 낮추는 시도를 한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가 터지자 연료비 부담 탓에 가벼운 차 개발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1980년대부터는 합성 소재 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소재를 쓰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2000년대 이후엔 각종 금속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소재가 주목 받았다. 자동차업계가 신소재를 찾는 데는 규제 영향도 있다. 최근엔 유럽연합(EU)이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본격 시행 예고하는 등 차량 소재 관련 친환경 규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머스크 ‘차량에 곡선 없애자’…한번에 찍는 기가프레스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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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가수 지드래곤이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 사이버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뉴스1]

◆사이버트럭 원조는 영화 ‘백투더퓨처’=머스크의 소재 고민도 이런 지점에서 시작됐다. 전기차엔 내연기관차와 달리 모터와 대형 배터리팩이 들어가는데, 차량 하부에 안정적으로 배터리팩을 유지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또 배터리팩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선 차체의 강성이 중요하고,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보다 가벼운 소재가 더 필요하다.

스테인(Stain)+리스(Less)+스틸(Steel)은 말 그대로 ‘녹슬지 않는 철’이다. 표면에 크롬산화물층이란 피막을 형성하고 있어 부식에 강하고, 가벼운 데다 세척도 간편하다. 생활 속에서 식기·수저·칼·냄비 등 주방용품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자동차에 스테인리스스틸이 처음 사용된 건 1981년 드로리안모터컴퍼니(DMC)가 2인승 스포츠카 ‘드로리안’을 만들면서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타임머신으로 등장한 그 차다. 소재는 신선했지만 차량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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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 소재를 재소환한 게 머스크다. 머스크가 처음 주목한 건 가볍고 녹슬지 않는 ‘꿈의 금속’ 티타늄이었다. 티타늄 합금 소재로 ‘절대 부서지지 않는 차’를 만들 생각이었지만, 성형이 쉽지 않아 대체재로 찾아낸 게 스페이스X의 로켓 ‘스타십’을 위해 개발한 스테인리스스틸이었다. ‘화성 식민지’를 목표로 했던 머스크는 지구와 우주를 계속 오가는 재사용 로켓을 구상했는데, 물리적 충격에 강하면서도 단열 성능이 좋은 스테인리스스틸이 로켓 소재로 적합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티타늄 합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스테인리스스틸도 가공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붕어빵’처럼 한 번에 찍어낸다=테슬라는 합금을 ‘기가프레스’라는 9000톤(t)급 고압 장비를 이용해 차 모양을 ‘붕어빵’처럼 한 번에 찍어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테슬라는 모델Y를 생산할 때도 비슷한 공법으로 언더보디(차체 하부)를 단 하나의 프레임으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금속 패널 수십 개를 용접해 만들 때였다. 사이버트럭 디자인이 직선 위주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테인리스스틸이 너무 단단해, 이를 곡선으로 굽히려고 하면 프레스머신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 업계, 신소재 찾기 본격화…3년뒤 145조 시장 팽창 전망 

강철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복잡한 용접 공정이 사라져 생산성이 높아졌고, 소재 특성 상 ‘문콕’이나 흠집 등 스크래치도 잘 나지 않아 도장 작업을 생략해도 된다는 게 성과였다. 단점도 있다. 손자국 같은 얼룩이 쉽게 지고 기름·새똥·염화칼슘 등에 취약하다. 또 차체가 일체형이라 차량 일부만 손상돼도 프레임 전체를 교체해야 해 수리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보행자와 충돌 시 보행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의 ‘기가프레스’가 성공한 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를 따르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출시한 ‘지커009’에 기가캐스팅 기술을 도입했다고 주장했고, 볼보·토요타 등도 2026년부터 테슬라와 비슷한 초대형 주조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현재 울산공장 내 8만㎡(약 2만4000평) 부지에 알루미늄합금을 한 번에 찍어내는 ‘하이퍼캐스팅’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2026년 양산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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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신소재 찾기 경쟁은 계속 이어진다=자동차 업체들은 스테인리스스틸 같은 신소재를 계속 찾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건 알루미늄합금인데, 성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도 강력한 후보군이지만, 사고가 나면 수리나 복원이 까다롭다. 제작 단가도 높다. 현대차는 점토 광물을 초미세 입자 크기로 분산시켜 만든 고분자 나노복합체인 클레이나노, 구리·알루미늄과 같은 이종 금속을 결합하는 클래드메탈 등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2년 739억 달러(약 106조400억원) 규모이던 글로벌 자동차 경량 소재 시장 규모는 2027년 1015억 달러(약 145조64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동화가 가속화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신소재 찾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성범 동국대 자동차소재부품공학전공 학과장은 “자동차 업계에선 경량화가 화두다. 사이버트럭이 채택한 스테인리스스틸은 충격에 의한 손상이나 찌그러짐·녹에 강하지만 무겁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혁신적인 측면은 있지만 전체 업계로 확산하긴 쉽지 않다”며 “최근엔 소재 위에 건식표면 처리(코팅)를 통해 소재를 강화시키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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