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탄핵 정국에 해 넘기는 의정갈등…"의료공백, 최소 6월까지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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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계엄령과 탄핵으로 사실상 멈췄다. 정부는 구상한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있다. ‘전공의·의대생 내년 3월 복귀’를 믿는 이들은 극소수가 됐다.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도 연내 발표가 무산됐다. 한겨울이 다가오면서 응급실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를 넘기는 의정갈등을 짚었다.
전공의 “절반은 다른 병원 취업”…의료공백 최소 내년 6월까지
지난 2월 의대 증원 2000명 발표로 시작된 전공의 이탈사태는 내년 6월까지 갈 전망이다. 병원을 나간 약 9000명의 전공의 사직서가 정식 수리된 지 1년째 되는 시점이다. 전공의는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1년 차로 새로 시작하거나 사직서 수리 시점(지난 6월)부터 1년이 지난 후에 복귀할 수 있다.
복귀 제한은 보건복지부의 ‘수련 특례’로 풀 수도 있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젊은 의사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지난 11월 기준 사직 전공의(레지던트) 9198명 중 절반 이상인 4640명(50.4%)은 다른 병·의원에 재취업한 상태다. 전문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주 80시간 노동도 감내하던 전공의 절반 이상이 일반의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 사직 전공의는 “로컬병원(1·2차 병원)에 취업해 전공의 때만큼 돈도 벌고, 시간은 2~3배 많아졌다”면서 “의료정책의 현실을 알았다. 이대로 돌아가면 전문의 자격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의료개혁 백지화 없이는 복귀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의료개혁엔 의대 증원을 포함해 비급여와 급여를 섞는 ‘혼합진료’ 금지, 미용의료 자격 확대 등 의사 수입과 직결되는 정책이 다수 담겼다. 지난 8월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5년간 2조원 투자를 약속해도 이들에겐 공허하게 들렸던 배경이다.
의대 증원 실현이 가까워지자 ‘내년 3월 복귀설’이 돌기도 했다. 정부와 협상 없이 반대만 외치던 의료계 강경파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하지만 ‘미복귀 전공의 처단’ 이 담긴 계엄 포고령이 잠재웠다.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 1년 맞는 내년 6월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그때까진 의료공백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입시는 사실상 마무리…2026년 정원 조정 현실론
문제는 의대 정원이다. 의료계는 “2025년도 의대 입시 모집 정지”를 연일 요구한다. 하지만 대입은 막바지다. 의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등록은 18일 마감됐고, 각 대학은 오는 26일까지 추가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때 채우지 못한 모집 인원은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로 넘어간다. 교육부는 23일 “법령상 ‘천재지변’이 아니면 공표된 사항은 바꾸기 어렵다”고 재차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2025년 의대 증원이 이대로 가면 2026년은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 학년에 7500명을 교육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래서 내후년엔 의대 신입생을 ‘0명’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2026년도 의대 정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조정에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전년도 증원 관련 사회적 부작용 등으로 규모 조정이 필요할 경우 감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하지만 ‘2026년 의대 감원’이 의료공백 출구 전략 역할을 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은 잠정 중단…‘중증·응급’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계속
속도를 내던 의료개혁은 탄핵 정국 속 동력을 잃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가했던 의료계 단체 3곳이 모두 탈퇴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9일 “개혁의 골든타임 놓치지 않고, 착실히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은 연내 발표가 어려워졌다.
복지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담긴 중증·전문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44곳이 참여하고 있다. 의개특위를 탈퇴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계엄 정국 진정되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의료정책은 그대로 가야 한다. 지금 병원에서 의사를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응급실 대란은 ‘아직’…‘전공의 공백’은 여전
연말연시 음주 사고가 급증하는 겨울이 다가왔지만 응급실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현장에선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로 응급환자가 줄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통계는 다를 수 있지만 체감상 음주 환자는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 이후 1년 가까이 응급실을 지킨 의료진의 이탈 가능성은 위험요소다. 이 교수는 “전공의 복귀에 대해선 체념한 상태다” 면서 “계엄 전에는 ‘내년 3월에는 혹시’란 생각 있었지만 희망의 싹이 잘린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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