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값 4일째 1450원대…‘이머징 외환시장’에 강달러 강타

본문

1735010536933.jpg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달 19일(현지시간) 헤알화가 달러대비 역대 최저치인 6.3 헤알까지 밀려나자, 8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간신히 방어했다. 연합뉴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3거래일째 14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오전 11시 53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52.15원)보다 0.05원 내린(환율은 상승) 1452.2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가장 낮다. 국내에선 12ㆍ3 계엄 사태로, 해외에선 달러 강세가 겹친 여파로 분석된다.

자국 통화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 달러 자산이 블랙홀처럼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화폐 가치는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신흥국이 연쇄적으로 흔들린 1994년 ‘멕시코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JP모건의 이머징마켓 통화지수는 이달 20일(현지시간) 43.478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9.7% 급락했다. 반면 유로와 일본 엔 등 주요 여섯 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같은 기간 6.2% 상승했다. 지난 18일엔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8선을 넘어섰다.

17350105370695.jpg

김주원 기자

일부 신흥국은 추락하는 화폐가치를 막기 위해, 환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달 19일 헤알화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치인 6.3 헤알까지 밀려나자, 8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간신히 6헤알대로 방어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달러 대비 헤알화는 여전히 25% 급락했다.

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는 최근 트럼프 고관세 위협에 환율이 요동친다. 멕시코 페소는 지난 20일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당 20페소’ 선을 깨고, 20.05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신흥국 외환시장이 흔들리는 건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면서 미국 달러 자산에 돈이 급격히 쏠리면서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선에 승리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약세는 본격화됐다. 관세정책 등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여기에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외는 신흥국 통화가치 추락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시장 예상보다 더 늦출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대표적 장기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전 거리일 대비 0.06%포인트 오른 4.59%로 마감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커졌던 올해 6월 이후 가장 높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한 때 4.602%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4.6%를 넘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내수 경기 위축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는 중국 경제도 신흥국 경제엔 악재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다. 브라질을 비롯한 원자재 수출국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멕시코의 외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 멕시코 국채를 팔고, 미국으로 탈출하는 외국인 자금으로 멕시코 페소는 폭락하고, 금융위기로 번졌다. 이후 아르헨티나와 태국, 필리핀을 거쳐 한국까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졌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당분간 중단되고, 트럼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 금리가 발작할 수 있다”며 “94년 멕시코 외환위기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흥국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 몸값이 커질수록 원화가치 하락 압박도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3거래일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종가기준 전 거래일(1451.4원)보다 0.6원 내린(환율은 상승) 1452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기준 올해 최저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모든 통화에 대한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머징 시장까지 흔들리면 (국내 외환시장도) 어느 정도 충격을 피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15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