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연세대·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10명 중 7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여파로 인해 여러 의대에 동시 합격한 수험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등록 포기가 늘어난 비수도권 소재 의대에선 수시에서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종로학원은 전날까지 수시 등록률을 공식 발표한 전국 9개 의대 모집정원 546명 중 399명(73.1%)이 최초 및 추가 합격한 대학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257명 미등록, 58.8%)보다 14.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은 가톨릭대, 고려대, 부산대, 연세대, 연세대(미래), 이화여대, 제주대, 충북대, 한양대 등이다.

박경민 기자

특히 비수도권 소재 의대의 등록 포기가 크게 늘었다. 서울 소재 의대의 등록 포기율은 74.4%로 지난해(71.0%)에 약 3%포인트 소폭 증가했으나, 부산대·연세대(미래)·제주대·충북대 등 비수도권 4개 의대의 등록 포기율은 71.8%로 지난해(43.9%)보다 27.9%포인트 늘었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등록 포기 학생 수도 전년도 86명에서 올해 204명으로 2.4배 증가했다. .

일부 대학에선 등록 포기 학생 수가 모집 인원을 초과한 곳도 있었다. 충북대는 60명 모집에 89명(148.3%), 한양대는 58명 모집에 67명(115.5%)이 등록을 포기했다. 수시 모집에서는 합격자를 발표한 후 등록하지 않으면 해당 인원만큼 계속해서 추가 합격자를 발표해 충원한다. 그래도 결원이 발생하면 정시로 이월해 뽑는다. 서울대는 전날까지 추가 합격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등록 포기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중복 합격자들의 이동 폭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변동은 오는 27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각 대학은 26일까지 추가 합격 통보를 마감하고, 합격자들은 27일까지 최종 등록을 마쳐야 한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증원 등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업계에선 수시 미등록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특히 비수도권 의대는 추가 합격으로 인한 연쇄 이동으로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하는 인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학들이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을 우려해 예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시 추가 합격자 모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이월 규모는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의대 수시 모집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말자는 의료계 주장에 재차 “법령상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전날 세종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정례브리핑에서 “전체적인 대입 절차가 법령에 따라 진행되고 예외는 천재지변뿐”이라며 “(정시 이월 인원을) 바꾸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