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율에 조용히 웃는 HMM…재매각 계획 꼬이는 산은·해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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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HMM이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해운 운임을 달러로 정산하는 특성상 달러값 급등이 호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다만 실적이 좋아질수록 HMM의 몸값도 불어나 재매각을 준비하는 KDB산업은행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 3분기에만 매출 3조5520억원,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벌어들였다. HMM이 한 분기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낸 건 코로나19 특수가 있던 2022년 이후 처음이다.
4분기 운임도 고공행진
4분기 전망도 밝다. 우선 예맨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무역 분쟁에 대비해 전 세계로 밀어내기 수출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 중이라서다.
지난주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90.17로 집계됐다. SCFI는 지난 9월 말부터 2000~2300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해운 비수기인 4분기에도 성수기인 3분기 수준의 고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해운 물류 대목은 블랙 프라이데이(11월), 크리스마스(12월)를 앞둔 3분기다.
비상계엄 여파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값이 치솟는 여건도 HMM에는 호재다. 해운 운임을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HMM은14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어 달러가치 증대 효과도 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어난 몸값, HMM 누가 살 수 있나
HMM 실적이 좋아질수록 HMM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최근 HMM 주가도 강세를 보이면서 24일 기준 시가 총액은 1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대주주인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합산 지분율 67.05%)가 매각 협상을 시작했을 때보다 3조원 가까이 늘었다.
덩치가 크다 보니 인수 후보군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2월 매각 협상 결렬 당시 우선 인수협상자였던 하림그룹의 인수 희망가격은 6조4000억원이었다. HMM 대주주들이 재매각에 나설 경우 HMM 몸값은 8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해운업계 시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몸값이 너무 비싸져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하림·동원 그룹 등이 재도전하기가 어려워졌고, 해운업 특성상 정부의 관리·감독이 많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이 고가의 인수가 대비 이점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HMM 재매각을 위해서는 대주주 2곳의 지분율을 낮추고 매각 이후 경영 참여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경영권 간섭 의지는 올해 초 하림 측과 채권단 사이 협상이 결렬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공사 측은 주주 간 계약에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등의 조항을 담으려 한 바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통해 전체 주주들의 주식을 비율대로 사들이면, 산은·해진공도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한편 매각 대상 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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