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말 큰 힘 됐어요"…자립청년에게 지원금만큼 중요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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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27) 씨는 어릴 때 보호대상아동이었다. 의지할 부모는 없고, 챙겨야 할 남동생은 있었다. 동생이 학교에서 다투면 김씨는 동생 친구의 어머니와 다퉈야 했다. 그에게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어준 건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또래들이었다. 굿네이버스 경남자립지원전담기관이 마련한 ‘자립준비청년자조모임’에서 알게 된 선배들에게 고민을 상담하고, 남동생 같은 보호대상아동에게 본인의 경험을 나눠주면서 자립할 수 있었다.
아동권리 전문 비영리단체(NGO) 굿네이버스가 ‘자립의 여정: 생애기반자립지원 발자취, 함께 그리는 희망 미래’를 주제로 16일 개최한 ‘자립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 김씨가 발표한 내용이다.
굿네이버스 자립지원사업
보호대상아동은 보호자가 양육하기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아동, 혹은 미혼부모·혼외자·이혼 등의 사유로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000여명의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한다.
이들 중 매년 2000여명 이상이 만 19세 성인이 되면서 자립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자립 수당·정착금을 제공하고, 기숙사·지원인력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한다.
이날 행사에선 지원 정책 중 성공적인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굿네이버스가 우리금융미래재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구축한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 ‘우리사이’가 대표적이다. 우리사이는 이미 자립한 청년 등이 예비 자립준비청년에게 멘토링을 진행하고, 자립준비청년이 자발적으로 또래 집단을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보호대상아동을 위해 진행한 ‘요리를 시작한 김해’ 프로그램, 또래 친구와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휴가철 1박 2일 여행이나 관계 형성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심리·정서적 변화도 확인했다는 것이 김수진 굿네이버스 고립은둔전담인력의 설명이다.
“생애 주기별 자립 지원 체계 필요”
보호대상아동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원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동에 비해 보호환경·인프라·정보·인식 부족 등에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호대상아동이 겪은 환경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고민·삶도 천차만별이다.
굿네이버스는 이처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가정에서 보호하는 가정위탁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위탁가정에서 보호대상아동이 성공적으로 자립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방식이 자립 3~4년 전부터 시작한다는 점은 현재 시스템이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은 자립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시점(15세)이나 보호 종료 시점(19세)부터가 아니다”라며 “어린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양육을 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과 진로 형성, 정서 안정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강조한다. 굿네이버스는 이들을 위해 39개소의 사회복지시설과 가정위탁지원센터, 자립지원전담기관과 함께 자립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선욱 교수는 “고립·은둔·소외 대상 아동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자립 격차를 줄이는 시스템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보호대상아동부터자립준비청년까지 촘촘하게 생애 주기별로 자립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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