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2년 만에 3파전 경선’ 축구협회장 선거, 핵심 변수는 공약과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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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3자 경쟁 구도에 따른 경선 형태로 치러지게 되면서 당락을 결정지을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1월 8일에 열리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4선에 도전장을 낸 정몽규 현 회장과 함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지난 25일 모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정 회장이 처음 당선된 지난 2012년 이후 나머지 두 번의 선거에선 단독 입후보로 마무리한 바 있어 축구협회장 선거가 여러 후보의 경선 형태로 치러지는 건 12년 만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의 판세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공약의 적절성’을 뽑는다. 앞서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 행정운영의 난맥상으로 인해 여론의 지탄을 받긴 했지만, 정 후보에겐 지난 12년간 다져 온 조직력과 지지 기반이 있다. 반대로 허정무, 신문선 후보는 ‘한국 축구 개혁’이라는 긍정적 이슈를 장악했지만, 상대적으로 세가 약하다. 이른바 ‘야권’으로 분류되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삼자 대결 구도를 형성해 표를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정 후보와 허 후보, 신 후보 모두 또렷한 장단점을 안고 싸우는 만큼, 축구계 바닥 민심은 향후 축구협회 운영과 관련해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축구 K리그 수도권 구단 사령탑을 역임한 A씨는 “축구협회장 선거가 오랜만에 경선 형태로 치러지면서 후보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축구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K리그 관계자들도 어느 후보자의 공약이 어떤 혜택으로 돌아올지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다. 축구계 다른 부문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몽규 후보는 입후보 다음 날인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약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정적 여론’이라는 악재를 떠안고 뛰어든 선거인만큼 공약 관련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자리에서 정몽규 후보는 ^신뢰 회복 ^국제경쟁력 강화 ^축구산업과 저변 확대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12가지 세부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 소통을 확대해 축구협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축구 산업을 발전시켜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의미”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는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2031 아시안컵 및 2035 여자월드컵 유치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시도협회 지역 축구대회 활성화 및 공동 마케팅 통한 수익 증대 ▲국제심판 양성 및 심판 수당 현실화 ▲우수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및 트라이아웃 개최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프로·아마추어 통합 FA컵 개최 ▲유소년·동호인 축구 저변확대 및 지도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축구인 권리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축구 현장과의 소통강화 및 인재 발탁 등을 제시했다.
정몽규 후보가 부실 운영 논란을 촉발시킨 축구협회 행정 관련 부정적 항목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건 상대 후보들이 관련 이슈를 활용해 공격하는 상황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후보는 “집행부 쇄신에 대한 방안을 가지고 있다. 당선 이후 발표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전력강화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31년 아시안컵과 2035년 여자월드컵 유치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몽규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허정무 후보와 신문선 후보 캠프도 함께 바빠졌다.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회장 교체를 통한 축구계 개혁’이라는 명제의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문선 후보는 27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출마 선언을 겸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몽규 후보 공약 발표회 현장에 신문선 후보 캠프 관계자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허정무 후보 또한 그간 제기한 여러 공약을 정리하고 다듬어 공표할 시기와 방법을 고민 중이다.
축구인들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변수로 ‘공개토론회’를 꼽는다. 선거를 치르기 전 세 후보자가 한 곳에 모여 축구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이 만들어진다면 이들이 꺼낼 논리와 주장의 정당성, 호소력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몽규 후보는 타 후보와의 공개 토론에 대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1대2의 불리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토론 연습을 진행하는 등 의욕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몽규 후보는 ①상대 후보들의 공약이 완성된 이후 ②적절한 시점과 방식을 선택해 응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정몽규 후보는 “중요한 건 (시점과 방식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미국 대선에 나선) 트럼프와 카멜라도 토론을 서서 하느냐, 앉아서 하느냐는 방안에 대해서까지 자세한 논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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