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비상을 꿈꾸는 황새 “롤러코스터 같던 1년, 잘 버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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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잘 버틴 덕분에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내렸습니다.”
올해를 되돌아보던 황선홍(56)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2024년을 시작했다. 지난 3월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이 경질되자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도 맡았다. 태국과의 두 차례 A매치(국가대항전)도 1승 1무로 괜찮았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 4월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에 출전한 U-23 대표팀을 맡아 8강전에서 탈락했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는데, 한국 축구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건 1984년 LA 대회 이후 40년 만이었다. 한동안 야인으로 지낼 것 같았던 황 감독은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대전 사령탑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강등권이던 대전을 K리그1(1부)에 잔류시켰다. 1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수차례 오간 셈이다.
최근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금메달을 따낸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년여를 쉴 새 없이 달렸다. 한 해에 여러 팀을 맡아본 게 처음이라 몇 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전 감독으로 복귀한 배경에 대해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쓰리고 아프다. 내 축구 인생의 무거운 짐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쓰러진 채로 있을 거냐, 다시 일어날 거냐. 싸울 건가, 포기할 건가. 결국 전자를 택했다. 포기하면 꿈도 끝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대전은 내가 2021년 U-23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 이끌었던 팀이다. 다시 팀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떠난 이민성 전 감독을 대신할 ‘소방수’ 임무를 받고 대전을 맡았다. 부임 당시 대전은 개막 16경기에서 3승(5무 8패)에 그치며 K리그1 12개 팀 중 강등권인 11위였다. 황 감독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부임 후 한 달간 동안 9경기를 치렀는데, 1승(4무 4패)에 그쳤다. 부상자가 많았고, 전술을 팀에 입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 대전 팬은 “팀이 더 약해졌다”고 황 감독을 비난했다. 이후 반전이 펼쳐졌다. 8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탄 대전은 이후 8승 3무 2패를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5경기를 4승 1무로 장식해 최종 8위로 1부에 잔류했다.
성공 이면에는 달라진 황 감독이 있었다. ‘카리스마’를 줄이고 ‘소통’을 늘려 이 둘의 조화를 추구했다. 레전드 공격수였던 황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감독 시절 강한 카리스마로 K리그1 우승(2013년), FA컵(현 코리아컵) 2연패(2012·13년)를 이끌었다. 카리스마의 한계를 느낄 즈음 U-23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젊은 선수를 지도하며 새롭게 깨달았다. 바로 대화하고 이해시켜야 선수 마음을 얻게 된다는 것을. 레전드인 황 감독이 먼저 손을 내밀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져 뛰는 것으로 화답했다.
황 감독은 “요즘은 강압적으로 훈련하던 과거와 다르다. 첫 훈련 때 ‘웃으면서 즐겁게 하자’고 했다.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반등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신예들도 주눅 들지 않고 실력을 발휘했다. 2006년생 윤도영(18)이 대표적이다. 올해 대전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윤도영은 황 감독이 부임한 뒤 22경기 중 17경기(1골·3도움)에 출전했다. 윤도영은 과감하고 화려한 플레이로 유럽 스카우트 눈까지 사로잡았다.
황 감독은 연말에도 바쁘다. 시즌을 마치고 잠시 쉰 다음 곧바로 2025년 준비에 돌입했다. 별명 ‘황새’처럼 비상을 꿈꾼다. 대전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황 감독은 “4년 만에 K리그에 돌아와 보니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더라.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해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며 “내년은 대전도 나도 자존심을 걸고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승부처다. 높은 곳(우승)에 올라 진짜 해피엔딩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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