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한규 "尹처럼 훈련 안 된 인사, 제왕적 권력 잡는 구조 바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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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87’ 길을 묻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권력자 개인의 과오만큼 '87년 체제'의 불완전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야할까. 이에 주요 정치인의 의견을 릴레이로 전달한다. 네 번째 인터뷰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켜봤다. 법안을 검토하느라 국회 경내에 머물던 까닭에 황급히 국회로 들어가던 다른 민주당 의원들보다는 숨 한 번 돌릴 여유가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는 민주당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헌법과 계엄법 조항을 올렸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인 김 의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계엄을 시도한 게 황당하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태의 충격으로 당분간 ‘민주주의’가 주요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의 큰 후유증은 정치에서 미래 담론을 지워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군인이 아니라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 “계엄이 선포됐을 때 누구나 다 놀랐겠지만, 내가 더 경악한 건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계엄을 시도한 것이었다. 황당하고 놀라웠다. 헌법에 명백하게 규정된 요건을 채우지 않고 강행한 것을 보면서 ‘상황 인식이나 판단력이 이 정도였나…’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위협을 느꼈다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갖게 된 절망은 따로 있다.”
- 그게 뭔가.
- “기후, 인구 소멸,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한국의 산업 구조 개편 등 시급한 거대 어젠다가 많다. 민주화 이후의 정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국민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했다. 그런데 계엄 사태 여파로 이런 고민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지금 우리 지지자들에게 4차산업이나 AI를 말한들 중요하게 여기겠나.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를 연구하고 고민하던 사람들의 공간이 줄어들게 됐다.”
- 계엄 사태를 계기로 ‘87년 체제’의 종언 관련 담론이 나온다.
- “정치 현실은 다르다. 계엄 사태 때문에 80년대 운동하던 선배들이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내후년 지방선거에도 고연령층 후보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보수 정권이 그토록 싫어하던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다시 길을 열어준 거다.”
- 민주당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 않나.
- “계엄 사태가 아니더라도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선 국민이 민주당에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했다. 정치인으로서 단순히 다음 한두 번의 선거에서 이기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
- 그래도 87년 체제에서 만든 헌법이 시대상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 “일리 있는 지적이다. 사회 기본권이나 기후 문제 등 담아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헌이라면 조기 대선 국면에서 동력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부동의 1위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 개헌 논의를 일으키기 어려운 환경이다.”
- 개헌론자 사이에선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도가 높다.
- “단임제를 하면 3~4년 차부터 권한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임제도 재선 뒤엔 마찬가지 아닌가. 차라리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줄이도록 개헌하는 게 낫다.”
- 그래도 5년은 너무 짧다고 한다.
-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있었는데, 제대로 일하면 5년도 충분한 시간이더라. 한국에서 대통령은 60대 이상 연령대에 당선되는데, 그들에게 8년을 맡기는 것도 너무 길다. 그보다는 윤 대통령처럼 정치 훈련이 충분히 안 돼 있는 인사가 제왕적 권력을 잡게 되는 구조가 더 문제다.”
- 국민은 기존 정치인보다 ‘새로운 얼굴’에 환호한다.
-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스트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남미에서는 교도소 증설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도 있다. 이런 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포퓰리스트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해줄 수 있기 때문에 중임제가 위험한 측면이 있다.”
- 윤 대통령이 실패한 원인을 뭐라고 보나.
- “‘전광판을 보지 않는 정치’를 해서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쓴 표현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반영하는 일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집권 초반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것은 좋은 시도였다. 그것이 이어졌으면 계엄 사태까지 안 갔을 것이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총리가 매주 나와서 상대당과 현안을 토론한다. 미국도 대통령과 언론의 질의응답 기회가 많다.”
- 승자 독식인 소선거구제가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 “동의하지 않는다. 소선거구제의 장점이 있다. 51%를 얻으려면 30%에 해당하는 중간지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덜 극단적인 정치를 이끄는 측면도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30%의 지지층 표만 얻어도 당선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선명성 경쟁을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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