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韓 신임장 제정 대상 바꿔 왔는데, 또?...연이은 탄핵, 외교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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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싱하이밍(邢海明) 전 주한 중국 대사의 이임으로 6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자리에 다이빙(戴兵) 신임 대사가 27일 부임한다.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김대기 주중 대사 내정자의 부임이 사실상 백지화된 가운데 우려되던 한·중 간 외교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게 된 셈이라 한국 내에선 어느 때보다 다이 대사의 부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다이 대사의 외교 활동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명전권대사는 본국 국가 원수로부터 받은 신임장을 접수국 국가 정상에 제출(제정)한 뒤 공식 외교활동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받아온 신임장에는 제정 대상이 한 대행으로 표기돼 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야당이 밀어붙이는 대로 한 대행 탄핵안이 처리되고 직무가 정지되면, 해당 신임장도 수정이 필요한 셈이다.
특히 애초에 다이 대사의 부임이 다소 늦어진 것은 앞선 윤 대통령 탄핵이 주된 이유였다. 당초 그가 받은 신임장은 윤 대통령에게 제정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탄핵되자 제정 대상을 한 대행으로 바꾸느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부임하는 날 한 대행이 탄핵되면 중국 측은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부임 뒤 주재국 원수가 교체돼 본국으로부터 외교행낭 등을 통해 제정 대상을 수정한 새 신임장을 받아 제정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사이에 두 차례나 제정 대상을 바꿔 신임장을 고쳐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한 대행이 탄핵될 경우 그를 중심으로 구축해온 대외적 신뢰 복구 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누가 대행이 됐든 한 치의 외교·안보 공백도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보름도 안 돼 국가 정상과 정상 대행이 연이어 탄핵을 당하는 건 그 자체로 한국의 리더십이 불안정하다는 해석을 낳을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 대행은 직접 주요국 정상과 통화하며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당시 바이든은 “한 권한대행이 자리에 있는 동안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으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표명했다. 지난 1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와의 통화에서는 양 측이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뜻을 함께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경우 이런 순서를 또 밟아야 하느냐는 질문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때도 한국은 탄핵 정국이었지만,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통화는 취임 열흘 만에 성사됐다. 하지만 국내 현안을 둘러싼 야당의 탄핵 공세가 릴레이처럼 이어질 경우 누가 트럼프와 통화할 상대인지조차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에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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