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왜 활주로 끝에 2m 콘크리트 둔덕이…” 전문가들 잇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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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2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주변. 공항 철조망 너머 2m 높이로 돌출된 폭 15m, 길이 58m의 콘크리트 구조물(둔덕) 주위는 항공기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사고기는 동체착륙 후 미끄러지다 둔덕과 외벽을 잇따라 충돌한 뒤 화재에 휩싸였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다. 안테나까지 포함하면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재질 로컬라이저가 사고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활주로와 불과 200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의 위치는 활주로 끝 지점으로부터 251m 거리에 설치돼 있다. 인천공항은 290~300m, 김포·제주·김해·청주 등 대부분의 국내 국제공항은 300m 이상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조종사 데니스 다비도프도 유튜브를 통해 “로컬라이저가 달린 벽이 보이는데 말도 안 되게 크다”며 “왜 활주로 끝에 저런 게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로컬라이저가 지면에 돌출된 것에 대한 의문도 있다. 예컨대 국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지면에 돌출돼 있지 않다. 인천공항의 경우 둔덕 없이 7.5㎝ 이하로 낮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살짝 올라와 있다. 덕분에 2016년 UPS 소속 화물기가 인천공항에서 랜딩기어 파손으로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을 당시 큰 피해가 없었다. “가정이지만 흙더미와 콘크리트로 설치된 둔덕이 없었다면 인명 피해가 줄었을 것으로 본다”(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 “활주로 끝에 이런 높이의 둔덕은 어느 공항에서도 본 적이 없다”(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장)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문제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관련 안전 기준이나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한 후 제때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를 지나쳤을 경우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브리핑에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 제주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구조물과 H빔을 써서 로컬라이저 안테나 높이를 높였고, 여수·포항경주 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활용했다”며 “해외 사례도 있는데 미국 LA,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에서도 콘크리트 위에 안테나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실장은 “로컬라이저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느냐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콘크리트 구조물도 있고, 정해진 규격은 없다”고도 했다.
해당 로컬라이저 설계를 맡았던 엔지니어링사의 고위 관계자도 “국내외 기준·규정에 어긋난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활주로 끝단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운 데 대한 비판에 그는 “활주로 안전구역 밖에는 관제탑도 있는데 관제탑에 충돌할 경우엔 이것도 문제가 된다는 거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국 모든 공항의 로컬라이저 위치와 높이 등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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