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공약·비전은 어디 가고…다툼 얼룩진 체육단체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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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과 비전은 안 보인다. 후보 간 단일화 줄다리기와 선거 방식을 둘러싼 법정 다툼만 요란하다. 한창인 각 스포츠단체장 선거 중에서도 최대 관심사인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얘기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4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이보다 앞선 8일에 각각 열린다. 두 단체장은 수천억대 예산을 집행하는 ‘공룡’ 체육단체의 수장이다.
후보 6명이 난립한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이기흥 현 회장을 뺀 나머지 후보의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이 회장 3선을 막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 5명(김용주·유승민·강태선·오주영·강신욱 이상 기호순)은 단일화 필요성에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한결같이 “내가 후보가 되는 단일화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1 대 1’ 구도라도 현 회장에 유리한데, 이대로 ‘1 대 5’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이 회장의 3선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을 뺀 5명 후보가 “스포츠 정권 교체”를 외치면서도 단일화에 소극적인 데는 선거 이후에 대한 계산이 깔렸다는 말이 체육계에서 공공연하게 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 A씨는 “이기흥 회장이 각종 비위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다른 후보를 밀고 사퇴할 경우 추후 보궐선거가 열려도 다시 후보로 나설 명분과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거라는 설명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현 회장에 신문선·허정무(기호순) 후보가 맞서는 3자 대결로 치러지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 선발, 대표팀 새 훈련센터 등 이슈가 많은데도, 이에 관한 정책 공방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부재자 투표 허용 여부를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허 후보 측은 “오프라인 직접 투표 방식의 현재 선거제도로는 겨울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팀의 감독과 선수의 투표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에 선거 진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허 후보 측은 “선거 일자를 늦추고, 부재자 온라인 투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판은 오는 6일에 열린다.
수도권 K리그 구단 감독 B씨는 “공약은 안 보이고 후보들끼리 서로의 유불리만 따진다”며 “선거를 이런 식으로 치르고 나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가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갑갑하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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