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장님, 최선 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는 너무 훌륭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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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기장이 사고 직전 팔을 뻗어 패널을 만지고 있는 듯한 모습. [사진 독자]

2일 무안공항 계단에는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 한모(46) 기장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었다. 제주 레이오버(경유 도시에서 24시간 이내로 환승)를 함께했던 승무원이라 밝힌 작성자는 ‘기장님, 부기장님, 사무장님, 승무원님 마지막까지 승객분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좋은 분들을 잃은 만큼 마음 깊이 애도하고 평화로운 안식을 기도하고 또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도 한 기장을 향한 추모 손편지가 여럿 등장했다. 한 기장의 형으로 추정되는 이는 전날 손편지로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한 시민은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고 기원했다.

이들의 생각처럼 한 기장은 여객기가 동체 착륙한 후 충돌 직전까지 동체를 멈추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가 독자에게서 받은 영상을 확대해 보니 조종석의 한 인물이 팔을 뻗어 조종석 머리 위쪽 패널을 만지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조종석 위쪽은 유압 관련 스위치가 위치해 조종간을 당겨 마찰을 최대한 발생시켜 충격에 대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기장과 부기장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잡고 사투를 벌였을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단정지을 순 없지만, 다중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하면서 동체 착륙을 하게 됐고, 당시 양쪽 엔진이 고장 나면서 랜딩 기어와 스피드 브레이크 등 제동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일 오후 공항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전직 제주항공 승무원 송모(33)씨는 “막내인 저를 잘 대해주라고 다른 동료들에게 매번 강조해 주고, 이것저것 신경 써 준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분”이라고 회상했다. 송씨는 2019~2020년 한 기장과 함께 수차례 비행을 했다고 한다. 서울 길음동에 산다는 그는 “서울에 위치한 분향소에 두 차례 방문했지만 한 기장님을 생각하면 이곳까지 와서 추모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군 학사장교 출신인 한 기장은 6823시간 동안 비행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조종사다.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해 2019년 3월 기장으로 승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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