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1세기 희귀 자원 주산지인데...풍요 대신 가난에 시달리는 그곳[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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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레드
싯다르트 카라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희토류 광물인 코발트가 없는 현대 세상은 상상하기가 어렵게 됐다. 코발트는 오늘날 전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그리고 전기차 등의 충전식 배터리에 들어가는 귀하디 귀한 핵심 금속이다.

애플, 삼성, 구글, 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들은 한국, 중국, 일본, 핀란드, 벨기에 등에 있는 충전식 배터리 제조업체와 코발트 정제소를 통해 코발트를 아프리카 민주콩고공화국으로부터 구매하는 기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의 CATL과 BYD,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일본의 파나소닉 등 6개 업체는 2021년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의 86%를 생산했다.

민주콩고의 코발트 매장량은 전 세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 세계 공급량의 72%에 해당하는 11만1750톤의 코발트를 민주콩고에서 채굴했다. 민주콩고가 없다면 수십억 명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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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민주콩고 남부 콜웨지 외곽의 이전에 구리-코발트 광산이었던 곳에서 장인 광부들(artisanal miners)이 일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코발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채굴되느냐다. 민주콩고 정치지도자들의 부패와 직간접적으로 결탁한 외부 세력들, 불투명한 코발트 공급망에 편승한 세계적 테크기업들, 열악한 채굴 광부들의 처우 등이 범벅돼 현지 주민과 가난한 노동자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채굴장의 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저술가이자 활동가인 싯다르트 카라 영국아카데미 교수는 2018년, 2019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콜웨지 등 민주콩고 광산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지은 『코발트 레드』를 통해 처참한 실상을 조목조목 고발했다. 카라 교수는 민주콩고에서 채굴된 코발트는 거의 모두 아동 노동, 강제 노동, 채무 노동, 인신매매, 위험하고 유독한 작업 환경, 하루 2달러도 채 되지 않는 초저임금, 부상과 사망, 극심한 환경 공해 등 갖가지 차원의 학대로 얼룩져 있다고 고발한다.

현실과는 너무 다르게 고풍스러운 용어인 ‘장인 광부(artisanal miner)’라고 불리는 광산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근로 조건이 포함된 공식 계약서는 없다. 부상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학대에 대한 보상을 요청할 길도 없다. 장인 광부들은 늘 작업량을 기준으로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부상·질병·사망의 위험을 일체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수조 달러 가치의 미개발 광물 매장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콩고 주민 4분의 3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다. 깨끗한 식수의 접근성은 26%밖에 되지 않고 전력화는 9%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돈이 없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광산을 전전해야 한다.

이 책은 누군가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코발트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결국 앞장설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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