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콩쿠르 우승만? 세계 오케스트라 곳곳에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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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 10여 개의 해외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한다. 가히 ‘오케스트라 내한의 해’다. 키릴 페트렌코(베를린필), 구스타보 두다멜(LA필), 다니엘 하딩(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과 같은, 함께 내한하는 스타 지휘자가 화려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놀라운 장면은 그 악단들의 곳곳에 포진한 한국인 단원들의 모습일 것이다.

오케스트라 입단 불붙이는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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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NDR 엘프필하모니 플루트 수석. 사진 NDR 엘프 필하모니 홈페이지

한국인 연주자들이 국제 대회 입상을 넘어 해외 오케스트라에 안착하고 있다. 국제 콩쿠르에서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세계 곳곳 오케스트라에 진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10월 내한하는 북독일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한여진(23)을 만날 수 있다. 한여진은 2023년 이 오케스트라의 초청으로 오디션을 치러 합격했고 올해 내로 종신 임용 여부가 결정 된다. 만 14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영재 합격해 유명해진 플루티스트다. 그런데 이 오케스트라에는 한여진보다 먼저 한국인 단원들이 있었다. 제1 바이올린 단원인 전하림과 제2 바이올린의 김영도다. 모두 2011년에 이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이처럼 각 악기 파트의 수석 단원에서 일반 단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한국인 단원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일례로 독일 함부르크 필하모닉에는 최근 두 젊은 관악 주자가 수석으로 입단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임용된 유채연(24) 플루트 수석, 이현준(26) 트럼펫 수석이다. 세계적 거장 켄트 나가노가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에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조(31)가 이미 악장을 맡고 있었다. 또 함부르크 필하모닉에는 한국인 단원이 더 많다. 바이올린 소니아 김, 최정윤, 비올라 이상윤, 첼로 김민영, 바순 수석 김민주까지 총 8명이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신가영(30)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제2 바이올린 차석으로 2년 전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1743년 창단한 이 명문 오케스트라에는 제1 바이올린 조윤진, 제2 바이올린 이민아, 더블베이스 양지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450년 전통의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는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3)부터 제2 바이올린 부악장인 지상희, 제1 바이올린 양주영, 첼로 이소정ㆍ강민지와 지난해 입단한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까지 6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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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제2 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선발된 신가영. 사진 금호문화재단

한인 사회가 넓은 미국의 오케스트라에는 한국인, 또 한국계 단원이 더 많다. 10월 내한하는 LA필하모닉이 대표적이다. 2005년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가 처음 입단해 주목 받았고 현재는 제1 바이올린의 장민영, 애쉴리 박, 첼로 부수석 김다해, 제2 바이올린 강정은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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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함부르크 필하모닉 종신 수석. 사진 금호문화재단

세계적인 명문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악장은 수년 전에 자리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2018년부터 종신 악장을 맡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40)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김수연(37)은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에서 악장으로 연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은 악단 전체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인 입단의 트렌드는 다양한 악기와 오케스트라다. 플루트 한여진·유채연, 트럼펫 이현준, 또 독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부수석인 남연수(26)처럼 한국 음악계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관악기 연주자들의 세계 오케스트라 입단이 늘어나고 있다.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의 오보에 수석인 함경(31, 2018년부터),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의 바순 수석인 유성권(36, 2009년부터), 파리 국립 오페라의 클라리넷 수석 김한(29, 2023년부터)에 이어 한국 관악기 연주자들의 본격적 진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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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람, 벨기에 라 모네 왕립 심포니 종신 수석. 사진 스테이지원

입단하는 오케스트라도 다양해지고 있다. 플루티스트 박예람(29)은 벨기에의 라모네 왕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종신 수석으로 지난달 임명됐다. 한국인 최초다. 바이올리니스트 서유민(26)은 미국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으며 플루티스트 한희원(24)은 독일 켐니츠 로베르트 슈만 필하모닉의 종신 수석으로 지난해 임명됐다. 중국 베이징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이영기, 홍콩 신포니에타의 더블베이스 수석 조형욱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연주자들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은 “근래 유럽을 비롯한 해외 오케스트라의 단원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 교육 시스템의 성과와 한국 연주자들의 적극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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