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 형을 받은 뒤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신혜씨가 6일 장흥교도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신혜(47)씨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6일 김씨의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구속된 지 24년, 재심 개시 결정 9년여 만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자택에서 아버지(당시 52세)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2000년 8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당시 김씨는 아버지에게 수면제 30알을 탄 양주를 먹인 후 승용차에 태워 완도읍 일대를 돌아다니다 살해하고, 집에서 6㎞가량 떨어진 도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8개의 보험에 가입한 후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약 8억원을 받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씨는 수사 단계에서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다”고 자백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에 더해 경찰 수사의 부적법성 등이 인정되면서 2015년 11월 재심이 결정됐다.

신재민 기자

이날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는 다른 동기로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김씨의 자백을 들은 친척과 경찰관들의 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건넨 다량의 수면제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점도 명확하지 않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심 결과에 검찰이 불복해 항소하면 2심, 상고심이 이어질 수 있다.

장흥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는 이날 법원의 선고 직후 석방됐다. 김씨는 출소 직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이렇게 수십 년이 걸릴 일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끝까지 못 지켜드려서 죄송하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낙동강살인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기도 했다. 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후 “24년간 무죄를 주장해 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며 “공정하고 편견 없이 재판해준 판사님들께 감사하고, 응원해 준 시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