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락가락 공수처, 윤 수사 더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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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통째로 일임하려다가 7시간 만에 없던 일로 물러섰다. 그간 공조수사본부 체제로 협력하던 경찰에 ‘지휘’ 공문을 보내 거부감을 산 데다 윤 대통령 측도 “법에 없는 수사 일부 하청”이라고 반발하면서다.
공수처는 지난달 18일 검경에 윤 대통령 사건을 강제 이첩받은 뒤 사전 준비 없이 체포영장을 받고선 나흘 만인 지난 3일 1차 집행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등 20일간 어떤 진전은커녕 수사 혼선만 거듭했다. 영장 만료일인 이날 재집행 대신 경찰 일임 카드를 꺼낸 데 대해선 “무능은 물론 무책임하다”는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의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와 국수본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후 9시쯤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국수본의 집행 전문성을 고려해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도모하기로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 체포는 경찰에 일임하고 신병 확보 이후의 대면조사만 공수처가 맡겠다는 뜻이었다.
공문을 밤 늦은 시각에 보낸 탓에 국수본은 6일 오전 7시에야 접수했다고 한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사라졌던 용어(‘지휘’)를 쓴 것부터 경찰의 반발을 샀다.
‘경찰지휘·영장하청’ 논란 커지자…공수처, 7시간만에 번복
이후 국수본 측은 내부 검토 끝에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쯤 “법률적 논란이 있다”며 거부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형사소송법 81조를 일임의 근거로 들었지만, 관련 옛 시행령인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 수사지휘 규정’은 폐지됐고, 현재 시행령(상호협력 수사준칙)에선 검사의 영장 집행 지휘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두 기관은 원래의 ‘공조수사본부’ 체제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로 정리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와도 통화를 통해 협의했으며 공수처 또한 논란이 있다는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도 “자체 법리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공조본 체제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수본 관계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라며 “기본적으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는 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야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법 어디에도 수사 일부를 일임하는 규정은 없다”며 “수사는 공사를 하청주듯 다른 기관에 일임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간 공수처를 응원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21년 출범 후 줄곧 인력 부족과 수사력 부재에 시달려 온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초기부터 혼란상을 자초했다. 지난달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수사TF를 꾸렸으나 검찰과의 중복 수사 등의 문제로 압수수색·구속 영장은 줄줄이 기각됐다. 이후 검찰의 수사공조 협의 요청을 거절하며 경찰과 손을 잡고 공조본을 꾸린 뒤 검찰의 반발에도 사건이첩 요구권을 발동했다.
지난 3일 오전에도 체포영장 집행을 사전 예고한 탓에 경호처는 관저에 버스·승용차로 겹겹이 차벽을 쌓고, 경호처는 물론 수도방위사령부 파견 병력까지 동원해 1·2·3차 저지선을 쳤지만 정작 공수처는 제대로 인력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6일 “1차 집행 때 200명이 스크럼을 짜고 막았다. 그 정도 저항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현직 대통령 체포를 쉽게 생각한 오판을 자인할 정도다.
한편 국수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 경우 대통령경호처 관계자가 집행을 방해하면 적극적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박 처장과 김성훈 차장 등 4명의 경호처 관계자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있다. 이들 모두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수본에 따르면 당초 경호처의 ‘후방 근무 전환’ 해명과 달리 지난 3일 1차 집행 시도 때 관저로 향하는 진입로 입구 1차 저지선부터 군부대 병력 30~40명이 ‘인간띠’로 동원된 사실이 영상 채증 등으로 확인됐다. 국수본은 1~3차 저지선에 수방사 55경비단·33군사경찰경호대 등의 병사들이 동원된 정황을 파악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이들 병사는 계급장을 달지 않고 군복 대신 흑색 패딩, 모자, 마스크로 복장을 통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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