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세∙한양∙중앙대도…"참을만큼 참았다" 등록금 인상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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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대학가에 부는 등록금 인상 바람이 심상찮다. 서강대, 국민대가 올해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등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근 17년을 유지해온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탄핵 정국, 대학 재정의 한계 상황과 맞물려 흔들리고 있다.

서울 사립대, 지방 국립대까지 '인상 도미노'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서울 소재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이다. 중앙대는 이날 첫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를 열어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이미 5%대의 인상을 확정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최근 3년 간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으며 올해 법정 한도는 5.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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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 연합뉴스

연세대 학생회 측은 학생들에게 학교 측이 제시한 5.49%의 인상안에 대해 의견을 묻고 있다. 등심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학교 측 의지가 강해 처음 제시한 인상률만큼은 아니더라도 (올린다는) 방향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A대학의 관계자는 “통상 2월 초에 열던 등심위를 이달 중으로 당겼다. 등록금을 올리는 분위기에 맞추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인상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립인 B대학 총장은 “등록금이 너무 싸 힘들게 유학생을 확보해도 중국보다 헐값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형국”이라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을만큼 참았다”…교육부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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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경찰이 오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학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등록금 규제는 2009년 대학근로장학사업과 인상률을 연계하며 등장했다. 특히 2012년부터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2유형) 사업에 배제하는 식으로 동결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2008년 10.4%(국·공립), 7.1%(사립)에 달했던 인상률은 2009년 0.5%로 줄었고, 2012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 수준이었다.

등록금 동결로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은 일부 경감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등록금이 부담되는 지를 묻는 설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대학생 부모의 비율이 2012년 76.5%에서 지난해 62.2%로 감소했다.

하지만 대학이 교육여건 투자를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3년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가 지출한 연구비는 2011년 5401억원에서 2022년 4429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같은 기간 2163억원에서 1598억원으로 감소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정부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려 장학금 지원을 늘리고 각종 지원사업을 폈지만, 장학금은 학생에게, 사업비는 관련 용도로만 가고 대학 '곳간'은 날로 열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대학가에선 “사립대 등록금이 재수학원, 자사고, 사립초, 영어유치원(유아 영어학원), 심지어 반려견유치원 1인당 연평균 교육비보다도 낮은 수준”(황인성 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이란 불만이 터져나왔다.  최근엔 등록금 인상 법정한도가 4% 이상으로 뛰며 인상 압박이 더욱 커졌다.

교육부는 올해도 동결을 요구 중이다. 지난 3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에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는 서한을 보냈다. 구연희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해 별도의 대응 방안을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차등 지원” “세출 구조조정”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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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등록금 대비 물가상승률.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대학가의 등록금 자율화 움직임이 무분별한 인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교수는 “등록금 자율화 혜택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가장학금 지원 시 지역에 따른 차등지원 하는 방안이 있다”며 수도권 대학은 소득 7분위, 중부권(충청·강원) 대학은 8분위, 영·호남권 대학은 9분위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은 “인상률이 높을 수록 장학금 지원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불안전한 관련 제도와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교육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재정지원사업 연계로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등록금 인상을 오랫동안 규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등록금 보전을 위한 한시적 집중 투자뿐만 아니라 건전한 대학부터 단계적으로 등록금 자율 책정을 현실화하고, 고등교육예산 관련 세출을 구조조정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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