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PGA 투어 선수 20%는 직장 잃는다, 풀시드 100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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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새 시즌을 시작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 참가한 선수들 마음이 급하다. 지난해까지는 페덱스 랭킹 125위까지 다음 시즌 출전권을 받았다. 올해는 100위까지만 받는다. 바꿔 말해 올해 풀시드 선수 중 20%는 내년에 직장을 잃는다. 풀시드를 줄인 건 타이거 우즈 등 PGA 투어 스타급 선수 중심의 정책위원회 결정이다. 1980년대 초까지 PGA 투어 풀시드 선수는 60명이었다. 상위 60명을 뺀 나머지는 월요예선을 치렀다. 대회장까지 갔다가 예선에서 떨어져 빈손으로 돌아가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PGA 투어는 1982년 풀시드를 125명으로 늘렸다. 중하위권 선수를 배려한 일종의 복지정책이었다. 풀시드가 많으면 평범한 선수도 비교적 안전하다. 적으면 엘리트 선수에게 유리하다. 풀시드가 늘면 기존 선수의 기득권이 보장된다. 줄면 신인에게 유리하다. 이번 조치로 스타 선수라도 삐끗하면 자칫 시드를 잃을 수 있다. 그들도 시즌 초반부터 대회에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해 중간 정도 성적으로 오랫동안 버틴 베테랑 등은 도태될 전망이다. 반면 신인은 기회가 늘어난다. 그 전까지는 투어 적응도 어려운데 기존 선수까지 많아 뛸 경기가 적었다.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일이 잦았다.
전체 경기 시간도 줄어든다. PGA 투어는 풀시드 축소에 맞춰 한 경기 최대 출전 인원을 156명에서 144명으로 줄인다. 기상이변 등으로 경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선수가 줄면서 정상적인 경기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위권 선수 위주로 경기할 수밖에 없어 팬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유명 배우가 출연할 때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 가능성이 커지듯, 무명 선수보다는 잘 알려진 선수가 우승할 때 사람들은 더 집중한다.
개천에서 용 나올 일은 줄어든다. PGA 투어는 각 대회의 월요예선을 없애거나 합격자를 줄인다. 월요예선 참가자를 ‘토끼(rabbit)’라고 불렀다. 본 대회 전인 일요일에 일찌감치 도착해 월요일에 하루짜리 대회를 치르고 총총히 떠난다는 뜻에서다. 월요예선은 실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상징’이었다. 간혹 ‘신데렐라 스토리’도 나왔다. PGA 투어 측은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는 2019년 코리 코너스 이후로 없다. 또 통과자의 65~70%가 본 대회에서 컷오프된다”고 무용론을 꺼냈다.
풀시드를 줄이는 건 군살을 빼 경기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의 구조조정이다. 미래의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들에게 투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 시그니처 이벤트 창설 등에 이어 또 다른 엘리트주의이자 재능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몰아주려는 제도적 변화다. 48명 소수정예인 LIV 골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풀시드에 든 100명과 나머지의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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