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벽 뒤에 숨어 있던 프랑스 신부의 벽화…반백년 만에 공개
-
1회 연결
본문
벽 뒤에 숨겨져 반세기 이상 빛을 보지 못했던 프랑스 신부의 벽화가 세상에 공개된다. 안동시는 8일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사용 중인 옛 안동예식장에서 프랑스 신부 앙드레 부통(Andre Bouton E, 1914~1980)이 그린 벽화를 공개하는 행사를 연다.
이번에 공개되는 벽화는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년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전국 성당이나 공소(公所)에 성화를 그려 선교활동을 펼쳐 온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의 작품이다.
붓으로 복음 전했던 부통 신부
부통 신부는 프랑스 북부 위스크(Wisques) 지역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생폴 수도원에 입회해 1940년 사제품을 받았다. 동아시아 지역 선교를 담당하고 있던 올라프 그라프(Olaf Graf) 신부와의 인연으로 1964년부터 10여년간 한국에 머무른 인물이다. 한국말이 서툴렀던 그는 붓으로 복음을 전하며 선교활동을 펼쳤다.
부통 신부는 국내뿐 아니라 예루살렘 등 중동지역 일대와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가 남긴 여러 작품의 미술적 가치는 국내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부통 신부는 주로 성화 위주로 벽화를 그렸지만, 옛 안동예식장에 그린 벽화는 한국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아 민속화의 성격이 강하다. 197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리모델링 공사로 영원히 묻힐 뻔했지만, 공사 직전 발굴됐다.
예식장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으로부터 전해 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 측이 2023년 11월 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으로 벽화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안동시는 벽화 발굴·보존 작업에 착수했다.
성화 아닌 민속화…희소성 높아
안동시는 성당과 공소가 아닌 예식장에 벽화가 그려진 점을 비롯해 당시 옛 안동예식장을 운영했던 고(故) 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이 부통 신부로부터 벽화를 선물 받게 된 과정이 녹취록으로 남아있는 점, 주로 그렸던 선교 목적의 성화가 아닌 민속화를 그린 점 등을 거론하며 작품의 희소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안동시와 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벽화 개방과 보존, 활용을 위해 미술계·종교계·문화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향후 벽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트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에 더해 부통 신부의 안동에서의 행적 등을 연구해 보존과 활용 등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할 계획이다. 벽화를 경북도 등록문화유산에 지정하는 일도 병행해 벽화 보존의 당위성과 가치를 홍보할 계획이다.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부통 신부의 벽화는 희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이라며 “벽화를 활용해 양질의 콘텐트를 개발한다면 구도심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