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커버그 "페북, 콘텐트 검열 없애고 X처럼"…트럼프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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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서 '팩트체킹(fact-checking)'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해당 기능의 폐지를 줄곧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저커버그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당장 트럼프와 그의 실세 측근으로 떠오른 경쟁 업체 X(옛 트위터)의 일론 머스크 CEO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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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REUTERS=연합뉴스

저커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팩트체킹 기능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팩트체킹 기능의 골자는 사용자 게시물의 신뢰성을 독립적인 전문가와 기관들이 평가하는 데 있다. 메타는 전 세계의 팩트체크 기관과 계약을 맺고 허위 주장을 걸러내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해왔다. 현재 60개 언어를 활용하는 약 10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콘텐트의 사실 여부를 점검해온 전문가와 기관들이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특히 트럼프 측은 "주로 우파의 주장에 과도한 검열의 칼날을 들이댄다"며 "자체 콘텐트 검열 기능을 폐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저커버그는 이날 발표에서 "(팩트체킹 기능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됐고, 우리에 대한 신뢰를 창출하기보다는 망가뜨렸다"고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또 팩트체킹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X의 '커뮤니티 노트' 기능과 유사한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노트는 논란이 되는 게시물에 대해서 누구나 댓글로 맥락이나 사실관계를 설명해 허위 소지가 있는 콘텐트를 막는 일종의 집단 지성 활용 방식이다.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 인수 후 게시물에 대한 제한을 없애면서 이 기능을 도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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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 앞. EPA=연합뉴스

다트머스 대학의 정치학자 브렌던 니한은 저커버그의 결정을 두고 "표적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권력자들에게 아첨하는 패턴"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가디언의 경우 "메타가 우경화하고 있다"며 "이 회사의 고위 임원들도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성향이었던 저커버그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자, 관계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접 트럼프 거처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와 면담하고, 오는 20일 취임식 준비 펀드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도 기부했다. 이뿐만 아니다. 트럼프 최측근이자 이종격투기 단체인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CEO인 데이나 화이트를 메타 이사회에 영입하고, 친트럼프 공화당 인사인 조엘 카플란을 페이스북 부사장에 임명하는 등 인맥 확보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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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데이나 화이트 UFC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가수 키드 록,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UFC 309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측은 페이스북의 팩트체킹 폐지 결정을 환영했다. 트럼프는 7일 기자회견에서 '메타의 발표가 기대에 부응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메타와 페이스북은 큰 발전을 이뤘다"고 치켜세웠다. 머스크도 X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멋지다"는 반응을 남겼다.

유럽 정치 어지럽히는 머스크에 EU 침묵

유럽연합(EU)도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럽의 극우 세력을 지지하며 독일 선거에 개입하거나 영국 총리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머스크와 관련해 "논쟁을 부추기지 않겠다"고만 밝힐 뿐 논란을 함구했다.

최근 유럽 각국 정상들이 "관종(머스크)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선을 넘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SNS 소유주가 국제 반동 운동을 지원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일제히 비판에 나선 것과 다른 태도다. 이는 지난해 머스크의 가짜뉴스 공개를 경고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EU집행위의 과거 모습과도 비교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실세인 만큼 EU집행위가 머스크나 X를 압박할 경우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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