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얼마를 벌든 소득세 안낸다…IT맨 유혹하는 '아부다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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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기술·인재 모이는 UAE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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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대표적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최첨단 IT기술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9일(현지시간) 방문한 UAE 아부다비는 공항부터 행사장,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IT 기술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아부다비 거주자 필수 앱 ‘TAMM’이 대표적 사례. 정부가 제공하는 원스톱 디지털 플랫폼으로 공과금 및 교통 관련 비용 납부, 의료 서비스 예약, 부동산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시의 기술 친화적 환경은 글로벌 IT기업을 끌어모으며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에 이어, 한국 스타트업까지 앞다퉈 전략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자본, 기술, 인력이 모여드는 이 곳에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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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 에이비에이션의 기체. 조비는 두바이와 독점계약을 맺고 6년 동안 공중 택시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IT 거점’ 된 아부다비=UAE 수도 아부다비는 여러 중동 지역 중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특히 선호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MS, 아마존,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아부다비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과 협력하며 중동시장을 공략 중이다. UAE가 투자한 인공지능(AI) 기업 G42는 지난해 4월 MS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받았다. 스타트업들도 아부다비로 이전해 기회를 찾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정부 산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허브(HUB)71은 스타트업 운영 전반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전세계 스타트업을 아부다비로 끌어들이고 있다. 피터 아부 바흐헴 Hub71 성장 및 전략 총괄은 “현재까지 200개 이상 스타트업과 100개 이상 파트너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스타트업뿐 아니라 벤처투자사(VC) 들도 아부다비를 포함한 중동으로 몰려가고 있다. 유동성이 마른 국내보다 더 기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VC인 IMM인베스트먼트는 중동 지역 유력 VC인 벤처수크와 함께 펀드를 조성해 한국과 중동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5월 UAE 벤처투자사인 AIM글로벌재단과 한국 벤처 투자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UAE 내 자금 출자자(LP)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VC 쇼룩파트너스도 꾸준히 중동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이들이 아부다비로 몰리는 배경엔 개방적인 문화와 정책이 있다. 인구의 약 90%가 외국인인 UAE에 있어 개방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는 ‘골든 비자’다. UAE는 자국에 필요한 인재들에게 10년간 비자를 갱신할 필요 없이 UAE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한다. 덕분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인재들이 모여든다. 기업 입장에서도 IT 인력 풀이 다양하고 실리콘밸리 대비 인건비가 저렴하면서도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개인 소득세가 없는 점도 인재들이 아부다비를 선호하는 이유다. 아부다비 소재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은 “개인 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다 여기 오면 비슷한 연봉을 받아도 가처분 소득이 크게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군주제(monarchy)에 뿌리를 둔 사회제도로 인해 속도와 사회적 자원 집중 면에서 이점도 있다. 기술 발전을 국가의 목표로 정한 이상 UAE에선 사회적 토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똑똑하고 빠르게 미래 기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기도 전인 2017년 이들은 이미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부를 정부 조직 내 신설하며 2031년까지 AI 선도국에 진입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가상자산 투자 업체 XBTO의 필립 베카지 창업자 겸 CEO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열린 아부다비파이낸스위크(ADFW) 세션에서 “아부다비의 강점 중 하나는 명확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만약 상위 리더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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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1인당 구매력 높아=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시대 스타트업은 ‘커머스-핀테크-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딥테크’ 순서를 거쳐 발전해왔다. 한국은 7~8년 전인 2010년 중반 핀테크 창업 전성기를 지나 이제 AI, 반도체, 인프라 등 딥테크 창업으로 넘어왔다. 반면 중동은 아직 핀테크 창업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 진단이다. 현재 중동에서 나오는 유니콘 기업들도 대부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다.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한용경 터닝포인트 MEA 대표는 “한국보다 경쟁이 덜한 만큼 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1인당 구매력이 높고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점도 기회 요인 중 하나다. 2017년 1000억원 규모였던 중동 스타트업 시장은 현재 4조원까지 성장했다. 2030년이면 한국 시장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쇼룩파트너스 신유근 대표는 “동남아는 인구가 많지만 바잉파워(구매력)가 적다. 1000명에 1달러씩 파는 것 보다 1명한테 1000달러씩 파는 게 더 유리하다”며 “어차피 해외 진출 리스크를 감수할 거라면, 동남아보단 UAE 등 중동에 훨씬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구권 국가로 바로 진출하기보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경험을 쌓은 뒤 미국에 가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보다 경쟁이 덜 치열하면서도, 레퍼런스를 만들기 좋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 스타트업인 H2O호스피탈리티 이웅희 대표는 “원래 미국에 진출하려다 수년 전 중동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잘한 결정이었다”며 “여기서 쌓은 경험으로 내년에 안정적으로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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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AI 정책 속도전

◆“오일머니 받기 쉽다는 건 오해”=그러나 아무리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한들 그들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VC들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와서 투자만 해달라고 하는 사업자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국 등 회사들도 몰려들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 신유근 쇼룩파트너스 대표는 “중동에서 출자자(LP)들을 모으려고 진출하는 국내 VC들이 늘고 있는데, 단순히 중동에 진출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중국, 미국 펀드를 두고 왜 굳이 한국에 투자해야 하냐는 LP들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국가별로 세분화된 전략도 필요하다. 일찌감치 IT 기반 기술에 투자해 온 UAE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는 후발주자다. 문화적으로도 점점 개방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하면 아직은 폐쇄적이다. 인구 구성도 다르다. UAE는 전체 인구에서 자국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내외라면, 사우디는 60%에 가깝다. 먹여 살려야 할 국민이 많은 사우디는 오일머니 고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그 때문에 기회가 많은 측면도 있지만, 사업적으로 접근하기엔 까다로운 국가이기도 하다.

중동 외 다른 지역에서 보편화한 콜드메일(사전 접촉 없이 보내는 이메일)도 이곳에선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아주 늦거나 ‘읽씹’당하기 일쑤다. 처음 이 지역 문을 두드릴 때 많은 창업자가 하는 실수도, 메일 기반으로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김태호 뤼튼테크놀로지스 공동창업자는 “소개 기반 문화로, 어떤 면에서는 일본과 유사하기도 하다”며 “대신 한번 안면을 트면 네트워킹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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