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최태원 "한∙일 관계 걱정 말라"…日재계와 비공개 모임
-
1회 연결
본문
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 재계와 물밑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세를 두고 불안해하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을 안심시키는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경제계의 협력 모멘텀(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13~14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SK무의연수원에서 한·일 경제인 30여 명과 1박 2일에 걸쳐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한국에선 최 회장 외에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에선 미즈호은행, NTT도코모,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왔다.
‘비즈니스 리더스 이니셔티브(Business Leaders Initiative·BLI)’란 이름의 이 모임은 현재 한·일 양측 기업인 1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의 기업인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모임 당일은 마침 국회 탄핵소추안 2차 표결(14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향후 양국 관계가 얼어붙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탄핵 정국이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주제로 긴급 토론이 벌어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회복력(resilience)이 있는 나라다. (탄핵 정국을) 잘 극복해 낼 것”이라며 “한·일 관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믿어 달라. 그동안 잘 다져온 관계를 앞으로 더 잘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수소 에너지와 한·일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전문가 강연과 토론도 이뤄졌다. BLI 회원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에너지, 외교안보, 벤처투자 등 양국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BLI는 ‘셔틀 교류’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첫 모임을 가진 뒤 이번이 두 번째다. 향후에도 후속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 공백을 메운 최 회장의 가교 역할은 재계의 바람이기도 하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기업도 윤석열 정부 때 진전을 이룬 한·일 외교 관계 회복이 계엄·탄핵 사태로 훼손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라서다. 최 회장은 최근 주변에 “양국 정부는 물론 기업인이 합심해 가까스로 온기를 되찾은 한·일 관계가 (정부 공백 상태로) 더 나아갈 동력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 게다가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둔 만큼 나부터 적극적으로 뛰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최근 수년간 한일 양국의 기업 간 교류를 주도하며 민간 외교 사절로 보폭을 키웠다. 앞서 2023년 6월엔 최 회장 주도로 대한상의와 일본상의가 부산에서 만나 회장단 회의를 열며 재계 교류의 물꼬를 텄다. 2017년 이후 6년 만의 회동이었다. 지난해 5월엔 서울에서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도쿄에서 ‘한·일경제인회의’를 주도했다. 같은 해 11월엔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공동 주최하는 ‘도쿄 포럼’에 참석했다. BLI도 이런 스킨십을 통해 구상한 모임이다.
SK그룹 차원에서도 일본과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원을 간접 출자한 일본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는 지난해 12월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업도 중요하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