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건설 해외 수주 1조 달러 돌파...저수익 도급, 지역 편중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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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현장. 국내 건설업체 중 첫 해외 수주였다. 중앙포토

‘K건설’의 해외 수주금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 첫 수주 후 59년 만이다.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잔치 분위기는 아니다. 해외 시장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건설 경기도 싸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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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반도체·자동차 이어 세 번째 1조 달러 돌파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71억1000억 달러(54조1500억원)를 기록했다.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은 1조9억 달러(1462조3100억원)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은 세 번째 1조 달러 돌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했다. 누적 1776억 달러(259조원)로 전체의 17.7%를 차지했다. 다음은 아랍에미리트(844억 달러), 쿠웨이트(489억 달러), 싱가포르(482억 달러)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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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59년 전 첫 수주 따낸 현대건설 누적액도 1위  

국내 기업 중엔 현대건설이 누적 1455억 달러(213조)로 1위였다. 현대건설은 1965년 한국기업 중 처음으로 해외 건설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수주액은 522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5억원)였다. 삼성물산과 삼성E&A는 누적으로 각각 924억 달러, 898억 달러를 수주했다. 다음은 현대엔지니어링(731억 달러), GS건설(715억 달러) 순이다.

해외건설은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고도성장기엔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 땐 대체재 역할을 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수지가 차지하는 비중(0.24%, 2023년 기준)은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2010년 고점으로 수주액 장기 하락세  

하지만 K건설의 해외 수주는 2010년(716억 달러)을 고점으로 장기 하락세다. 최근 10년 치 수주액은 3248억 달러로 호황기였던 직전 5년 치(3268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수주액은 정부 목표(400억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K건설이 내리막으로 내려선 시점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시기와 겹친다. 중국은 한국의 텃밭인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자본력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잠식해 왔다. 최근엔 튀르키에 등 후발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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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중동 리스크에 우크라 특수도 회의적  

수세에 몰리며 수익성도 나빠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 마진율은 대외비 중의 대외비일 정도”라며 “그동안 손해 본 프로젝트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동이 불안하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중동 긴장도가 커질 경우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재건 특수도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우 전쟁 종식 후 우크라이나 복구‧재건에는 4862억 달러(약 710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큰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열매를 따 먹기는 녹록지 않다.

김화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ODA나 전쟁 지원 규모, 현지 진출 경험 등을 볼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에서 열위에 있다”며 “한국이 특수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은 “우크라이나는 자금‧자재‧인력 조달 등 모든 게 불확실하다”며 “성급히 들어가다간 수천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꼴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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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지역의 가스플랜트시설 전경. 삼성E&A와 GS건설이 지난 2월 73억 달러 규모의 증설 패키지를 수주했다. [사진제공=삼성E&A,GS건설]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능력 키워야  

중동‧아시아 편중, 토목‧건축‧설비 시공 중심의 단순 도급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엔 국내 기업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개발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전체 수주액 중 도급 비중은 여전히 90%대 중반을 넘는다.

김태준 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단순히 시공사업 입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해외 선진업체처럼 사업을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해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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