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용산 간섭말라" 이주호 이런 말도...尹탄핵, 의정사태 새 국면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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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오른쪽)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사과, 또 사과-.
1년 가까이 끌어온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10일 잇따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사과 발언을 내놨다. 또 2026학년도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역설적으로 의대 증원 갈등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주요 현안 해법회의(사회1분야 신년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최 대행은 이어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 문제로 고민하셨을 교수님과 의대생 여러분께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도 합동 브리핑에서 전공의에게 "지난 1년 동안 목표를 잠시 뒤로 미루고, 수련 현장을 떠나 고민하는 여러분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과는 지난해 9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것과 격과 내용에서 크게 차이 난다.

이 부총리는 "특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를 받은 전공의와 의료진께 진심 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강한 톤으로 사과했다. 이 부총리와 조 장관은 브리핑 중 이 부분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공의 관련 포고령 사과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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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현안 해법회의(사회1 분야)'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대행과 이 부총리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수급 전망과 함께(이걸 따져서 고려하겠다는 뜻) 대다수의 학생이 2024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의 현장 교육 여건까지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정부 입장 변화가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이 예상돼 2000명 늘린다. 의료계도 과학적인 근거를 내라"고 압박해 왔다. 이번에는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의대생 수업 결손, 의대 교육 여건을 언급했다. 그동안 의료계가 2000명 증원의 부당함을 지적할 때 내세운 근거인데, 이걸 정부가 받아들였다.

조 장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주로 2035년까지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그때와 달리 교육 여건, 그다음에 각 학교의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6학년도에는 지난해 늘린 인원(1509명)을 되돌리는 방안을 포함해서 논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가 원소속으로 복귀할 수 있게 수련 특례를 인정하고 입대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이번에 이주호 부총리가 상당히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이 반대하자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고 눌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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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 의학 관련 책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 조치가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윤성 전 대한의학회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최 대행의 말에 사과라는 단어만 없지 실제로는 사과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것 같다"며 "2026학년도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하자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정부가 내놓을 만한 것은 다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제는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야 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 의료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으면 2000명 증원 고집을 꺾지 못했을 터인데 (이 점에서는) 오히려 잘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사실상 전공의·의대생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를 했다고 본다"면서 "이젠 의료계도 2025학년도 정원 등에 매달리지 말고,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발표는 의료계 단체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다.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수련병원협회 등의 6개 단체는 지난 6일 정부의 사과, 의대 증원 유예, 전공의 수련 특례 인정 등을 요청하는 서한을 정부에 보냈다. 한 단체의 간부는 "우리 제안이 거의 다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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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가운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키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가 쥐고 있다. 이날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들이 큰 변화가 있다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입장을 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26년 증원 유예' 중재안을 냈을 때 의협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탄핵, 개학 임박 등의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다. 게다가 의협 수장이 8일 김택우 회장으로 바뀐 점은 사태 해결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9일 중앙일보 기자에게 "정부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 대화할 의지가 있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이 결자해지 해달라"고 말했다.

전공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서울권 대형병원 사직 전공의는 “어쨌든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과했고, 2026년도 정원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니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사직 전공의는 "사과나 수련 특례 모두 정부가 지난해 내놨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의미가 없다. 근근이 유지되던 수련 환경을 정부가 1년 만에 파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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