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만 버틴게 아니다…김민석땐 육탄전, 이인제땐 쇠사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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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발부(지난달 31일) 11일째 경호처에 의해 요새화된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중세시대 농성전을 지휘하는 장수를 방불케 한다. 그 모습은 과거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무시하고 당사와 자택에서 검찰의 체포에 맞섰던 유력 정치인들의 옛 모습을 소환하고 있다.
검찰 vs 정치인…“끝까지 싸운다” 영장 거부 역사
“‘윤석열 경호 44인’은 광신도 자살 특공대”(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라며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연일 압박 중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그 중 하나다.
김 최고위원은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검찰(서울중앙지검)에 맞섰다. 18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중소기업 두 곳에서 약 4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던 김 최고위원은 같은 해 10월 29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여의도 당사에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같은 해 11월 14일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이 16일 첫 체포 시도에 나섰지만, 당원 100여명이 저지에 나섰다. 20일 두 번째 시도 때는 강기정·최재성·박주선·이미경·이춘석 의원 등과 100여명의 당직자·지지자가 수사관을 가로막아 육탄전이 벌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 실질심사(11월 24일)에 출석한 뒤 구속됐다. 당사 농성전 돌입 26일 만이었다. 혐의를 부인하던 김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은 자진 출두…묵비권 행사로 방어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0년 자택 안방 문을 사이에 두고 검찰과 대치했다. 언론장악 문건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등 9건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은 2월 11일 밤 10시 정 전 의원의 자택에서 체포를 시도했다. 일단 함께 집으로 들어가 영장을 살피던 정 전 의원은 “당과 상의할 부분이 있다”며 안방으로 들어갔고 이후 문을 열지 않았다. 당시 하순봉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 30여명까지 자택에 집결해 대치하다 결국 검찰이 철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자리에 있었다. 총 4차례의 체포 집행을 피한 정 전 의원은 결국 17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이후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버텼다.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이 택한 곳은 충남 논산의 지구당사였다.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측에서 약 2억 5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같은 해 4월 29일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이 전 의원은 “정치 보복”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지자 100여명이 당사 앞에 가스통을 설치하고 쇠사슬을 두르고 저지했다. 결국 이 의원이 5월 17일 “강제구인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대치는 영장 발부 18일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그 또한 묵비권을 행사했다.
대장동 수사 때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의 저지로 8시간 만에 무산됐다. 2022년 10월 19일 서울중앙지검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뒤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은 “당사 압수수색은 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1야당에 대한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거부했다. 최근 윤 대통령 측의 논리와도 닮은 주장이다. 지난 9일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을 잡아끌고 가고 수갑을 채운다는 보여주기식 체포 절차를 걷어치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국가원수라 해도 영장 집행 거부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며 “결기를 보여주는 척은 하더라도 과거 사례처럼 결국은 자진해서 수사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려 막는 행위는 넓게 보면 폭행이자 공무집행방해”라며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신사적으로 사법절차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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