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하 13도에 참외가 나온다고?…첫 출하 현장 가보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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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북 성주군 월항면 보암2리 한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앞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 ‘2025년 첫 참외 출하를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참외 농사를 약 20년째 짓고 있는 배선호(56)씨가 관리하고 있는 참외 비닐하우스다.
이날 성주의 최저기온이 영하 13.6도까지 떨어졌지만, 배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우스 안을 가득 채운 참외 덩굴을 헤집으며 참외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푸른 덩굴 사이사이에는 제법 크기를 갖춘 참외부터 아직 초록색이 빠지지 않은 설익은 참외까지 다양하게 눈에 띄었다.
강추위 속 출하…“품질도 좋아”
흔히 봄철부터 시중에 풀리는 참외지만, 배씨는 지난 8일 영하의 강추위에 참외를 출하했다. 성주참외 중 가장 이른 수확이었다. 그는 남들보다 한두 달 이른 지난해 10월 참외 모종을 아주심기한 덕분에 첫 수확의 기쁨도 가장 먼저 누리게 됐다.
배씨는 “모종을 이식하고 수확하기까지 3~4개월 정도 걸리는데 더운 날씨부터 시작해 이렇게 추운 날씨까지 정성을 들여 길러낸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참외 재배에는 일조량이 가장 중요한 만큼 때이른 수확은 좀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봄·여름보다 일조량이 적은 데다 날씨가 추울 때는 부직포를 덮어 보온해야 하는 탓이다. 태양을 더 받으려고 보온을 소홀히 했다가는 참외 모종이 죽고, 보온만 신경쓰다보면 태양을 못 받아 참외의 품질이 떨어진다. 또 추운 날씨 때문에 벌을 이용한 수분이 불가능해 일일이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
훨씬 고생스러운 겨울철 농사에도 다행히 배씨는 질 좋은 참외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에 출하한 참외의 당도를 측정해 보니 18브릭스로 상당히 높은 당도가 나왔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날씨가 좋고 일조량이 많아 수확량이나 품질이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병해충 방제만 잘 신경쓴다면 이번 성주참외 작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조수입 7000억’ 기원 의식도
배씨처럼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농가는 3700여 곳. 재배 면적은 3300여㏊, 생산량은 연간 18만여t에 달한다. 이는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성주참외는 지난해 조수입 6200억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좋을 것으로 전망돼 그 이상의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성주가 세계적인 참외 생산지가 된 것은 적합한 재배 조건을 갖고 있어서다. 참외산학연협력단 관계자는 “경북 성주는 기상재해가 적고 겨울철 안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은 참외가 생산된다”라고 설명했다.
성주군은 참외 풍년을 바라는 뜻으로 지난 8일 조수입 7000억원 달성을 기원하는 참외 헌과의식도 거행했다. 이 행사에서는 지역 가수인 배금성씨를 성주참외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풍물패와 지역 어린이들이 무대에 오른 공연도 진행해 성주참외를 홍보했다.
또 성주군은 올해 출하하는 참외부터 스티커를 붙이지 않기로 했다. 농민들은 그동안 성주참외 차별화를 위해 관행처럼 스티커를 붙여 출하해 왔다.
“스티커 부착 관행도 없애”
군에 따르면 참외 스티커 제작과 부착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123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 노동력과 비용 감소, 소비자 편의성 향상, 소비자 선호도 개선, 환경보호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참외 조수입 6000억원 시대를 연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참외 재배기술 향상과 스마트팜 농법 확대를 통한 IT 영농시대 개막으로 참외 조수입 7000억원 달성도 머지 않았다”며 “참외 산업을 중심으로 농업 조수입 1조원 시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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