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미 무어의 ‘서브스턴스’까지…‘아트버스터’의 황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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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의 이지혜 대표는 지난해 세 편의 아트버스터를 배출했다. 찬란은 영화 팬 사이에 ‘아트 호러의 명가’로 불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예술영화 시장에서 1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예술영화는 ‘아트버스터’(아트+블록버스터)로 불린다.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찬란은 지난해 ‘악마와의 토크쇼’(10만명), ‘존 오브 인터레스트’(20만명)에 이어 ‘서브스턴스’(11일 현재 19만명)까지 세 편의 아트버스터를 배출했다.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예술영화 세 편을 잇따라 공개하며, ‘찬란’한 한 해를 보낸 찬란의 이지혜(56) 대표를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침 ‘서브스턴스’의 주연 데미 무어가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여서 그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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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사진 찬란]

“데미 무어가 본인의 인생사가 투영된 작품에서 온몸을 던진 연기를 했잖아요.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에게 자극이 될 겁니다.”

‘서브스턴스’는 퇴물 취급 받는 중년 여배우의 회춘(回春)을 위한 위험한 선택을 그린 호러 영화. 충격적인 설정과 비주얼로 세상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겨냥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곧바로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세 가지다. 완성도와 재미를 함께 갖췄고, 찬란이 강점을 보이는 호러 장르인데다, 칸 영화제(각본상 수상)를 포함한 유수 영화제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15년 째 예술영화 수입을 하고 있는 그가 지금껏 구매한 영화 중 가장 높은 금액을 베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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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토크쇼’. [사진 찬란]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홀로코스트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 너머의 독일군 수용소장 가정의 안온한 일상과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처절한 고통의 소리를 통해 인류사 최대의 비극을 그려낸다.

“재작년 칸 영화제(심사위원 대상 수상)에서 보고 굉장히 욕심 났어요. 하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 어두운 소재여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제 마음에서 그 영화가 떠나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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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진 찬란]

이 영화는 13년째 찬란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배우 소지섭이 투자한 영화라는 사실이 회자되면서 흥행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 단위로 찬란의 전체 라인업에 투자하고 있는 소지섭은 이 대표에게 “든든한 지원군”같은 존재. 그는 “소지섭 씨가 좋은 예술영화를 국내 관객에 선보이는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예술영화 수입은 ‘배반감’과 ‘희열’ 사이를 오가는 일이다. 좋은 영화라는 확신을 갖고 들여왔는데 관객의 외면을 받을 때도 있지만, 영화의 장점과 마케팅이 맞아 떨어져 흥행작이 될 때 느끼는 기쁨 때문에 일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이 쉽진 않지만, 그런 작품을 간간이 만나게 되고, 그게 힘이 돼 계속 버티는 것 같다”면서 “관객이 마음으로 느끼는 좋은 영화로 중국 로맨스 영화 ‘여름날 우리’(2021)로 세운 찬란 최고 흥행 기록(42만명)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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