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얼음 벼랑에 길 낸다…‘알프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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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영건(31·노스페이스)이 12일 경북 청송에서 열린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남자 리드 정상에 올랐다. 여자 리드 우승은 시나 고에츠(26·스위스)가 차지했다. 앞서 전날 열린 스피드 경기에서는 한국의 차유진(25)이 여자 3위를 기록했다. 스피드 남녀 우승은 모하마드 레자 사프다리안(33·이란)과 카탈리나 셜리(23·미국)가 각각 차지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리드 세계 1위는 모두 한국 선수(남 이영건, 여 신운선)였다. 이번 대회에는 18개국 11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아이스클라이밍은 한마디로 얼음 벼랑에서 겨루는 스포츠클라이밍이다. 스포츠클라이밍처럼 스피드(얼음 직벽을 빨리 오르는 경기)와 리드(얼음 구조물이 포함된 벽을 오르는 경기) 등의 종목이 있다. 스피드는 높이 12m의 얼음 벼랑을 오르는 경기다. 아이스바일(낫처럼 생긴 빙벽 등반 장비)로 얼음을 찍으면서 오른다. 리드는 높이 15m의 얼음벽을 제한 시간(6~7분)에 오르는 경기로, 공중에 매달린 아이스 캔디와 아이스 큐브 등을 아이스바일을 찍으면서 이동한다.
등반 형태는 스포츠클라이밍과 비슷하지만, 기구(아이스바일)를 이용하기 때문에 테크닉과 동작이 더 역동적이다. 국제산악연맹(UIAA)은 이런 점을 내세워 아이스클라이밍의 2030 프랑스 알프스 겨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추진 중이다. 세계 최강국은 러시아이며, 2014 소치올림픽 당시 시범종목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로 올림픽 진입은 불발됐다.
아이스클라이밍의 탄생지는 유럽이지만, 한국도 유럽 못지않게 종목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경북 청송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13회째(코로나로 2년 미개최) 월드컵을 개최했다. 청송군은 향후 5년간 월드컵을 추가 개최하기로 UIAA와 합의했다. 한국은 또 아시아 국가의 아이스클라이밍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몽골에 장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몽골 선수의 청송 월드컵 참가도 돕고 있다. 몽골은 이번 대회 스피드 종목 남녀 2위에 올랐다. 스포츠클라이밍 강국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코칭스태프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UIAA 집행위원인 오영훈 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이사는 “러시아가 빠진 가운데에도 월드컵 참가국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보다 더 익스트림해 앞으로 젊은층 유입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인공 구조물을 가미하는 한국의 아이스클라이밍 대회장 빙벽 제작 기술은 동남아 등 날씨가 더운 나라에서도 경기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리드 종목에 선보인 인공 얼음 구조물은 청송월드컵만의 독특한 디자인이다. 유럽에선 얼음벽을 깎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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