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장수 외인’ KT 로하스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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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2월, 프로야구 KT 위즈가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5·도미니카공화국)와 계약했다고 발표하자 적잖은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2020년 당시 홈런 47개를 터뜨리는 맹타로 MVP를 수상하기는 했지만, 이후 진출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실패를 거듭한 30대 중반의 선수가 바로 로하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하스는 이러한 현장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지난해 144경기를 모두 뛰며 타율 0.329 32홈런 112타점 108득점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개인 타이틀은 없어도 타율 7위, 홈런 6위, 타점 5위, 득점 2위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톱10을 놓치지 않았다. 연말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외야수 황금장갑도 품었다.
이처럼 지난해 KBO리그 복귀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달 KT와 재계약한 로하스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로하스는 “골든글러브를 받게 돼 정말 기뻤다. 통역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말할 만큼 행복했다”면서 “이번 FA 시장에서 엄상백과 심우준이 한화 이글스로 떠났다. 그래도 허경민과 장진혁,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등 좋은 선수들이 합류했다고 들었다. 새 식구들과 다시 포스트시즌까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로하스가 꼽은 성공적 복귀의 비결은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적응과 본인만의 비법이 담긴 유연성 운동이다. 로하스는 “ABS가 구장마다 다른 느낌은 분명히 있다. 이 지점에서 많은 타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오랜 시간 ABS의 특징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을야구까지 합하면 144경기 이상을 뛰어야 한다. 풀타임 소화를 위해선 유연성 운동이 꼭 필요하다. 개인적인 노하우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노력이 합쳐져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투양타 외야수 로하스는 지난 2017년 KT 유니폼을 입고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날카로운 방망이와 견고한 수비를 앞세워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고, 2020년까지 KT에서 뛰며 장수 외국인선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최고액인 180만달러(약 26억원)의 연봉을 받는 로하스의 장점은 그라운드 안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에선 한국인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지난 비시즌에는 절친한 외야수 배정대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초대했고, 올겨울에는 배정대와 오윤석, 강민성, 안현민 등 4명을 초청해 휴식기를 함께 보내고 있다.
타고난 붙임성으로 팬들로부터 ‘노학수(로하스를 한글로 푼 이름)’라는 별명도 얻은 로하스는 “도미니카공화국만의 야구를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열정적이고 낭만이 있는 야구를 하는 나라가 바로 도미니카공화국이다”면서 “특히 KT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또, 이곳 리그에서 뛰는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의 경기도 함께 보며 야구를 보는 눈을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T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SSG 랜더스를 꺾고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두산 베어스까지 물리쳤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 많은 상은 받아봤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가 없다. 올 시즌에는 꼭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 말미, 로하스에게 최근 소셜미디어로 올린 글 하나의 배경을 물었다. 지난달 일어난 여객기 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로하스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있는 선수로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였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애도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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