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감·폐렴 환자 급증 여파?…장례식장·화장장 만석에 사일장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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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전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화장장인 대전 정수원 앞에 운구차가 모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화장장 구하기 하늘 별 따기” 장례 지연 

1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월오동에 있는 목련공원. 장례식장과 화장장, 묘지공원·납골당 등이 조성된 청주 외곽의 장사시설이다. 연초부터 장례 수요가 몰린 탓에 화장장 앞은 유족들로 북적였다. 하루 4회씩, 일반 시신을 화장하는 화장로 8기가 오는 15일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이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유족 김모(72)씨는 “효성병원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3일 동안 차린 뒤에도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고인을 장례식장 안치실에 하루 더 모셨다”며 “어쩔 수 없이 사일장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성모(65)씨도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여동생 장례를 이날 마쳤다. 성씨는 “장례식장 빈소가 여의치 않아 고인을 영안실에 하루 안치한 뒤 11일부터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목련공원 화장로는 모두 11기가 있다. 화장 예약은 8기에서 받고, 개장(改葬) 유골 전용 화장로 1기와 화장로 고장을 대비한 비상용 1기, 청주시민 전용 예비 화장로 1기를 운영하고 있다. 청주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예비기를 써야 할 정도로 예약이 많다”며 “유족 30~40%는 사일장을 치르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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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환자 숫자가 8년 만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13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청주 화장장 예비기까지 동원…연일 포화 

보건복지부 화장예약서비스에 따르면 경기 수원·용인·성남시 등 수도권과 대전, 충북 청주, 경북 포항·김천, 경남 창원 등 상당수 화장장은 삼일장(13일 기준)을 마치는 오는 15일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대전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폐렴과 독감 환자가 급증한 데다 지난주 한파가 이어지면서 관련 사망자가 급증한 것 같다”며 “예년과 비교해 연초 장례 수요가 20% 정도 늘었다”고 했다.

대전시 화장시설인 대전정수원도 지난 8일부터 화장로 8기를 하루 4회씩 모두 가동하고 있다. 대전정수원 관계자는 “보통 화장로 1~2기씩은 비어있을 때가 많은데 오는 15일까지 예약이 다 찬 상태”라고 했다. 포항시립화장장(화장로 3기)과 구룡포시립화장장(화장로 1기) 등 화장장 2곳을 운영 중인 경북 포항시도 지난달부터 포화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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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의심 환자 급증. 김영옥 기자

“독감 기승부린 뒤 한파…장례 늘었다” 

포항시 장묘문화팀 관계자는 “평소 화장장 이용 건수가 들쑥날쑥했다면 지난달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화장장이 만원 상태”라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립상복공원도 올 1월부터 화장장을 최대치로 가동 중이다. 지난해 11~12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9구 정도였지만, 올 1월 들어서는 21구로 가동률이 약 10% 늘었다.

장례 마무리 단계인 화장이 원활치 않으면, 장례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다. 이날 찾은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엔 빈소 9개가 모두 찼고, 이 중 4곳이 사일장을 치르고 있었다. 빈소를 기다리는 유족도 3팀이나 됐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 김학경 팀장은 “화장 일정이 밀리다 보니 빈소가 뒤늦게 차려져 부득이 사일장을 하시는 분이 많아졌다”고 했다. 강원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늦은 오후에는 화장장 예약이 마감돼 다음 날로 예약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사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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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최근 장례 수요가 늘면서 빈소 9곳이 만실이다. 최종권 기자

독감 의심 환자 역대 최고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인플루엔자(독감) 주의보 발령 이후 올해 1주차(지난해 12월 29일~올해 1월 4일) 인플루엔자 의사(의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질병관리청은 “표본감시 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래 최고치”라고 말했다.

급증한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폐렴으로 인한 2차 감염이나 세균 감염으로 이어져 환자가 사망할 우려가 있다”라며 “(근무 중인) 병원에서 인플루엔자 환자나 관련 사망자, 중환자실 입원자 등이 매일 몇십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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