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서울서 만난 한·일 외교장관…"정치 안정되면 셔틀외교 꼭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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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이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정상 간 셔틀 외교를 조속히 부활하자"고 공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지난 6일)에 이어 한·일 외교장관 회담까지 연달아 열린 건 외교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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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양국 공조 국내외에 보여줘야" 

한·일 외교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한 건 2011년 10월 김성환 당시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 외상의 회견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이와야 외상이 양자 회담만을 위해 단독 방한한 건 그만큼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야 외상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국내 정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하나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양국이 잘 공조한다는 것을 국내외에 발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 장관도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한국의 외교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내 정치가 안정되면 정상 간 교류 소통도 당연히 정상화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와야 외상도 "상황이 허용되면 정상 간 셔틀외교도 꼭 부활시켰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3국 협력 강조" 

이날 회담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 이와야 외상은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며 "일·한·미 전략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신정부에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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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와야 외상은 또 한·미·일 협력과 관련한 언급에서 "중국은 지역의 대국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해 꼭 책임을 수행하길 바란다"며 "그런 의미에서 3국 협력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더욱 강력한 대중국 압박을 예고하는 트럼프를 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3국 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조 장관도 "우리는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서 한·미·일 협력의 추동력을 길러온 당사자"라며 "앞으로도 3국 협력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대응과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도 논의됐다.

"사도광산 추도식, 진지하게 협의하기로" 

지난해 11월 파행을 빚은 일제 강제징용 현장 사도광산 추도식 등 과거사 갈등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조 장관은 "추도식 문제는 희생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앞으로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는 행사가 되도록 일본 측과 진지하고 솔직하게 협의하기로 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우려 사항들을 회담에서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이와야 외상과) 과거사로 생기는 진폭을 줄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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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뉴스1

이와야 외상은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가) 조 장관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한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지난해 7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후속 조치를 반복적으로 어긴 데다 개선 의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야 외상은 올해 종전 80주년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새로운 담화를 발표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내용이 없다"며 "다만 역대 정부의 역사 인식을 담은 담화를 현 정부도 이어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야 외상은 이날 회담에 앞서 일본 외상으로는 약 7년 만에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그는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으며, 오는 1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예방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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