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형 SF의 한계?...시청률 2%대 부진 500억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
-
3회 연결
본문
새해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tvN 토일극 ‘별들에게 물어봐’가 지난 4일 첫 방송 후 2회 연속 3%대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더니 3, 4회에서는 2%대로 주저앉았다. 앞서 같은 시간대 방영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의 종영 시청률인 6.5% 보다 낮은 수치다.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6년만에 TV드라마로 복귀한 ‘로코퀸’ 공효진, 한류 스타 이민호 조합으론 아쉬운 출발이다.
국내 최초 우주 배경 TV드라마
‘오징어 게임’ 상금 465억보다 많은 500억 제작비를 투입한 16부작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 배경의 SF(공상과학) 로맨스 드라마다.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 이브(공효진)와 700억원의 돈을 내고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관광객 공룡(이민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무중력 상태를 연출해 촬영했고, 시각특수효과(VFX) 비용에만 70억원을 넘게 투입했다. tvN ‘싸이코지만 괜찮아’(2020) 박신우PD가 연출하고 MBC ‘파스타’(2020)·SBS ‘질투의 화신’(2016)·KBS2 ‘다리미 패밀리’(2024~)의 서숙향 작가가 극본을 썼다.
로맨스에 SF 장르를 엮은 것은 참신한 시도지만, 바꿔 말하면 낯선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그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SF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이’, ‘외계+인’, ‘승리호’, ‘더 문’, ‘원더랜드’ 등의 ‘한국형 SF 영화’가 호불호 반응 속에 좋지 못한 성적을 보였다. 폐쇄된 달 기지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2021)는 ‘한국적 신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다양한 해외 SF물을 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성을 가진 국산 콘텐트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SF 장르가 힘을 못쓰는 이유로 “장르를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하고 단순한 배경 설정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SF 장르를 즐겨보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담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별들에게 물어봐’ 역시 우주에서 사랑을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대중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 평론가 의견이다.
이 드라마는 2021년부터 제작 이야기가 나왔고, 이듬해 촬영을 시작해 2023년 4월 마쳤다. 박 감독은 드라마 세 편을 찍을 시간을 들여 ‘별들에게 물어봐’ 후반 작업에 몰두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박 감독은 “‘이런 것(SF 배경)이 잘 안 되네’ 하고 피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면서 “지구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주에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우주보다 강렬했던 ‘짝짓기’
극 중에선 이 우주 공간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기업 MZ그룹 총수 최재룡(김응수)은 죽은 아들이 남긴 ‘찌그러진 정자’로 우주에서 인공수정을 시도하고자 한다. 총수의 딸 고은(한지은)의 남자친구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공룡은 몰래 인공수정을 해야 하는 미션을 품고 우주선에 탑승, 총수가 찜한 사위 후보인 강강수(오정세)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이브는 우주선에 무임승차한 초파리 두 마리의 교미 장면에 환호를 하고, 이 모습에 공룡이 느닷없는 호감을 느낀다. 이브는 우주에서 실험 쥐의 심정지 수술에 성공한 공룡을 끌어안으며 가까워진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생명의 소중함에 초점을 맞춘 서사들이 독특하게 펼쳐진다.
다만 교훈에 너무 몰두하다보니, 이브와 공룡의 러브라인 서사가 황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1~2회에서만 공룡과 고은의 베드신, 이브와 또 다른 비행사 박동아(김주헌)의 베드신, 그리고 초파리 교미 장면이 충분한 설득력 없이 이어진다. 러브라인의 설렘은 덜하고 ‘짝짓기’만 남았다. “이모들의 가슴은 아주 크고 안전했다”, “예쁜 엄마들 데리고 놀았으면 돈을 줬어야 될 거 아니야”라는 공룡의 대사는 요즘 젠더의식과 맞지 않는다는 커뮤니티 반응도 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저조한 초반 시청률에 대해 “메시지가 교과서적으로 읽혀서 눈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주 배경의 흥미로운 지점은 있으나, 스토리를 끌고 가는 로맨스의 궁금함은 덜하다”고 덧붙였다.
통통 튀는 필력 살아날까
아직 극 초반이기에 뻔한 설정이 반전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5.9% 시청률로 출발해 24.9%로 종영한 ‘눈물의 여왕’은 클리셰 범벅이라는 지적에도 주연 배우의 연기력으로 극복하고, 16부작에 회당 약 35억 제작비를 만회한 대표적 성공사례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서 작가는 유방암 걸린 남자 이야기인 ‘질투의 화신’으로 통통 튀는 필력을 입증한 바 있다. ‘파스타’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역 없이도 모든 등장인물의 서사를 잘 살려내 재미를 줬다. 이번 작품에선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중함 등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주인공 서사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드라마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공효진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시청자 믿음도 크다. ‘파스타’, ‘질투의 화신’에 이어 서 작가와 만난 공효진은 “우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얘기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너무 흥미로웠다. 일과 사랑 두 가지 모두 잘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님을 통해 나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제작발표회에서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