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푸틴-김정은 직거래하나…한국 '3대 패싱' 위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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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과 국내 탄핵 국면이 겹치는 불운의 '평행이론'이 현실화했다. 각국이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한국은 대미 외교의 출발선부터 뒤처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북·미 대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동맹 구조의 변경 등 주요 이슈에서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이 제대로 된 발언권을 갖지 못한 채 '패싱'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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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드에서 유세 중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노벨평화상’ 티켓 된 우크라전 종식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을 아주 빨리 만날 것"이라며 종전 전략에 대해선 "푸틴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월츠도 트럼프-푸틴 간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일, 수주 안에 정상 통화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푸틴과의 만남에 속도를 내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 뒤 빠르게 대중 압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또 이는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줄 '황금 티켓'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땅따먹기'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등 영토 획정이 최대 현안이지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끊어서라도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단 구상이다. 동시에 러시아가 기존에 요구한 점령지에서의 우크라이나군 철수,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등 종전 조건에서 일부 양보하도록 푸틴의 팔도 비틀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 종전과 북·미 대화 재개 등은 좋은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허술한 협상을 하더라도 큰 성과를 이룬 것처럼 착시효과를 연출해서 그럴듯한 모양새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이 대선 유세 당시 약속했던 종전의 데드라인을 24시간→100일→ 6개월로 옮기고 있지만, 적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 전쟁을 어느 정도 매듭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준 당사자'가 됐지만, 현재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외교가 실종돼 사실상 발언권을 확보하기 힘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종전 이후 대러 관계 정상화를 이끌 리더십도 부재한 데다 추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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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켑처

1기와 다른 변수 ‘트-김 브로맨스’

북·미 대화 관련, 트럼프 1기 출범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미 형성한 개인적 관계다. 2017년까지만 해도 "리틀 로켓맨"과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말폭탄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에도 '러브 레터'로 칭하며 서한 외교를 한동안 이어갔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김정은은 매우 좋은 사람이고 나를 좋아한다"고 수차례 자평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북 업무를 맡는 특별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레넬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에 북·미 협상 경험자인 알렉스 웡을 임명했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같은 인선을 기반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 내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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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모습. AFP=연합뉴스

우려되는 건 북·미가 한국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양보하고 빠른 속도로 양자 간 직접 협상을 진행, 한반도 안보 환경을 흔들 '나쁜 합의'에 다다르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하노이 결렬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 협상의 시작점을 만드는 것부터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포기시키고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일을 한국과 상의 없이 감행한다면 우리에게는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일 지고 쿼드 뜨나

'캠프 데이비드'(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의)로 상징되는 한·미·일 3각 협력의 미래도 트럼프 2기에선 보장할 수 없다. 권력 공백 상태인 한국이 일원인 소다자 협의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측면도 있다.

대신 트럼프는 자신이 창설한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안보 협의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은 "취임식 다음날인 오는 21일 미국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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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모습. 대통령실

다만 월츠 내정자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설립한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 행사에 참석해 "제가 이 (바이든)행정부의 공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부분은 한국, 미국, 일본 및 미국, 일본, 필리핀 간 3자 대화"라며 "나는 이 모든 것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고립주의를 내세우며 기존의 다자 협력 구도를 약화하고 역내 동맹 구조를 재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의 비용 분담 뿐 아니라 역할 분담도 늘리려 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이 정상 외교가 공백인 상황에서 이런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선 한국의 차기 정부에서도 그 명칭과 내용이 바뀔 것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중국 봉쇄 수단으로 동맹 간 협의체를 계속 활용하려 하겠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라질 것"이라며 "추후 한·미 간에 교집합을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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