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수처, 200쪽 질문에…“윤, 이름·주소 물어도 대답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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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0시간 넘게 강제 조사를 받는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다”는 입장에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조사실에서 이재승 차장, 이대환 형사3부장, 차정현 부장검사가 차례로 조사자로 나서 200쪽 분량의 미리 준비한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안 하는 건가.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은 한 건가’란 조사 태도 관련 질문에 “아무 말을 안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조사 시작과 함께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에서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날 조사를 포함해 48시간의 체포 기간 중 2~3차례 조사한 뒤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할지, 중앙지법에 청구할지에 관한 질문에 “체포영장을 받은 곳(서부지법)에 청구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공수처는 20일간 구속기간 중 10일 내 모든 조사를 마치고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해야 한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선 검찰과 열흘씩 구속기간을 나눠 쓰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여서다.
이날 공수처가 조사한 질문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검찰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긴 군경 수뇌부 9명의 공소장 등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목차를 포함해 ‘윤석열’이란 표현이 각각 90차례 이상씩 언급될 정도로 윤 대통령 공소장을 방불했다. ▶비상계엄 사전 모의 및 준비 ▶국무회의 및 비상계엄의 선포 ▶군경을 동원한 국회·중앙선관위 점거, 정치인 체포 등 구체적 폭동 행위 등과 관련한 윤 대통령 지시를 묘사한 대목이다.
계엄 선포 직후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쯤부터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하고, 4일 0시30분쯤 국회에 나가 있던 이진우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국회에서 오전 1시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후에도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처음 언급한 건 지난해 3월 말~4월 초 대통령 안가에서다. 김 전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사령관 등과 함께 식사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시국을)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사령관들과의 자리에서 7~8차례 ‘비상대권’ ‘비상조치권’ 등을 언급했다. 내란죄 핵심 혐의 중 하나인 국무회의 심의 요건의 절차적 하자와 관련, 윤 대통령은 12월 3일 점심 무렵부터 소집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빨리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했고, 참석자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검찰은 포고령 1호 역시 위법·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제1항은 “헌법상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켜 사실상 폐지하는 것” “이는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체제를 파괴 또는 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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