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삐삐 폭발'에 경악했다…이스라엘·하마스 전쟁 467일이 남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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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된 건물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휴전안에 합의하면서 길었던 전쟁이 일단락을 맺게 됐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지 467일째 되는 날에 합의는 성사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양측이 합의한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안은 일요일인 오는 19일 발효된다. 이날 첫 번째 인질 석방이 있을 예정이다. 합의안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는데, 6주간 초기 휴전 단계에 대한 개요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와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와 교환하는 대가로 하마스가 잡은 인질을 석방하는 내용이 골자라고 한다.

하마스 기습에 '피의 보복' 시작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2023년 10월7일 오전 6시30분 가자지구를 넘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하면서 개시됐다. ‘알아크사 폭풍(Al-Aqsa Storm) 작전’으로 명명한 이 공격 과정에서 하마스는 첫 공격 개시 후 20분 만에 5000발의 로켓을 발사하는 동시에 차량과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더로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켰다.

하마스 군사 조직을 이끄는 모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지난해 7월 이스라엘 공습에 사망)은 당시 “오늘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는 위대한 날이다. 점령 세력(이스라엘)의 범죄를 끝장내기로 결정했다. 책임을 지지 않는 그들의 광란은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하고 ‘철검(Iron Swords) 작전’을 개시했지만, 이미 허를 찔린 뒤였다. 당시 하마스의 공격으로 1195명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간 것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집계했다.

하마스의 돌연한 기습에 대해선 여러 가지 원인이 추정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한 측면이 기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저강도 교전이 반복되는 와중에 경제적 타격을 입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여가던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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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인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생존자들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패권 변화 시점에 분쟁 시작 

한편에선 중동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국가간 역학 관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중이었는데, 중동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역내 영향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 이란이 하마스를 뒤에서 움직여 이스라엘과 주변 무장세력의 분쟁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하마스 공격 직후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일제히 참전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을 협공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지난해 4월과 10월 서로 미사일과 폭격을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고 대규모 전쟁을 견디기엔 이란의 경제체력이 약해 서로 상징적 수준의 화력만 주고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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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 2023년 10월7일의 습격을 설계했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에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잇달아 요인 암살 성공 

전쟁 중 세계의 이목을 끈 건 이스라엘의 전쟁수행 방식이었다. 이스라엘이 이 기간 전쟁 중 지상전과 폭격 외에도 요인암살을 병행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지난해 7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지난해 9월)과 그 후계자 사심 사피에딘(지난해 10월)은 물론이고, 10월7일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지난해 10월)마저 암살 혹은 폭사시키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적대세력의 지도부를 붕괴시켜나갔다.

특히 폭탄을 심은 수천개의 삐삐(무선 호출기)와 워키토키를 헤즈볼라 거점에 유통시킨 뒤 지난해 9월 일제히 폭발하도록 한 반격에는 전 세계가 경악했다. 당시 삐삐 폭발로 레바논에선 3000명 이상이 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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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폭발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들 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주도 중동 질서 재편하나 

이러한 일련의 무력 사용 와중에 초기에는 하마스 기습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었던 전쟁이 점차 이스라엘 주도로 중동 질서를 재편하는 쪽으로 목표가 점차 변해갔다. 하산 나스랄라 폭습 당시 이스라엘군 작전명이 ‘새로운 질서(New Order)’였다는 점에서도 이스라엘의 이런 의중이 드러난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결과적으로 하마스의 뜻과 완전히 반대로 가게 됐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와해했고, 이스라엘은 내친 김에 요르단강 서안 합병도 노리고 있다. 중동 내에서 이스라엘의 입지가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힘으로 되찾은 평화가 얼마나 오래갈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과 테러로 희생된 사람의 유가족들이 복수를 위해 극단적 테러에 가담해 또 다른 폭력을 유발하는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전쟁이 시작 이후 4만6000명 이상이 숨지고 10만9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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