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빅뱅 멤버엔 평생 죄인" 11년만의 인터뷰, 최승현 손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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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인터뷰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정말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배우 최승현(예명 탑, 38)이 떨리는 입술로 뱉은 첫 마디다. 그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손을 떠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최승현이 정식으로 인터뷰를 한 건 2014년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 이후 11년 만이다. 2019년 7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날에도 현장을 찾아온 많은 취재진을 외면했던 그였다.
이번 인터뷰는 넷플릭스 측이 ‘오징어 게임2’(이하 ‘오겜2’) 홍보를 위해 마련했다기보다 최승현의 의지로 그의 개인 홍보대행사 및 넷플릭스와 협의해 준비한 자리다. 최승현은 그 어떤 공식 석상에도 나서지 않다가 뒤늦은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이유로, “목적이 있다거나 계산적인 마음으로 나선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소통 창구도 없었고, 인터뷰에 나설 명분도 없었다. 내가 갑자기 인터뷰한다고 나서는 것도 경솔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오겜2’와 관련한 라운드 인터뷰라면 명분이 있을 것 같아 용기 내서 나왔다. 이외에 다른 홍보를 위한 행사 자리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서, 넷플릭스 측 결정을 따라왔다”고 밝혔다. 공백기 동안엔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집과 음악 작업실만 오가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약쟁이 래퍼’ 타노스로 부끄러운 과거 직면”
최승현은 ‘오겜2’에서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 출신의 ‘약쟁이 래퍼’ 타노스를 연기했다. 극중 엉성한 랩으로 여자 참가자에 접근한다거나, 마약에 취해 기분이 들떠있는 연기로 호불호 반응을 가져왔다. 해외에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했다’는 호평을 이끌기도 했으나, 국내에선 그의 좋지 못한 이미지와 맞물려 연기력 혹평이 쏟아졌다. 최승현은 2017년 2월 의경으로 입대해 복무하던 중, 2016년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가 뒤늦게 발각돼 재판을 받았다.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이 같은 반응에 최승현은 “모든 평가는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타노스는 만화처럼 묘사한 과장된 인물이다. 영화 ‘어벤져스’의 빌런 타노스의 몸 색깔에 맞춰 보라색 머리로 염색했고, 인피니티 스톤(영화에서 타노스가 모은 강력한 힘을 가진 보석)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색깔의 네일아트도 했다. 사회에서 실패한 전형적인 ‘힙합 루저’와 같은 인물로 보이고자 유치하게 랩 가사를 했고, 발음을 얼버무리는 ‘멈블랩’(Mumble Rap)이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치밀한 연구 끝에 나온 캐릭터임을 자부했다.
타노스 캐릭터에 끌린 이유로는 “마약도 하고, 코인도 해서 망하고, 허세만 가득한 래퍼 설정이 가장 잘못된 MZ세대의 표본처럼 느껴졌다. 결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극중 마약 투약 연기에 대해선 부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나의 과오와 부끄러운 과거에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라서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부터 고민이 많이 됐다. 냉정하게 보면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마약 투약하는 장면을 찍을 땐 심리적으로 쉽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란 생각도 했다. 한편으로는 운명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최승현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건 황동혁 감독이었다. 그는 드라마 ‘아이리스’(2009), 영화 ‘포화 속으로’(2010), ‘동창생’(2013)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왔음에도 “10년 동안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황 감독님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고, 그 믿음에 보답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전엔 연예계 복귀 의사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빅뱅 멤버들에겐 평생 죄인”
최승현은 자신이 연예계 은퇴를 마음 먹었던 것은 마약 혐의 이후 큰 좌절과 죄책감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찬란한 시절을 만들어준 빅뱅에게 피해를 준 장본인이다. 소집해제 이후 멤버들과 소속사(당시 YG)를 찾아가 ‘팀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멤버들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선뜻 연락할 수 없다. 지난해 빅뱅 무대도 봤는데 멋있더라. 언제나 응원한다”고 멤버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팬들에게는 “4인조 빅뱅을 모습을 기다리는 분들께 희망고문을 할 순 없다. 팬들이 빅뱅 사진을 보내줄 때마다 헤어진 가족사진을 보는 것처럼 힘들고 괴롭다. 그래서 일부 팬을 SNS에서 차단하는 경솔한 행동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승현이 탑으로서 부른 빅뱅의 마지막 곡은 2022년 발매한 ‘봄여름가을겨울’이다. 그는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가사 속 다짐대로 최대한 건강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정말 건실한 청년이 되어서 보다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바랐다. 달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에선 우주여행 ‘디어문’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달 탐사를 위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면서 달에서 받은 영감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돌아오는 길에 지구를 보면서 ‘나는 먼지 한 톨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고 싶었다. 우주 여행이 새로운 자극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보류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최승현은 배우와 가수로서 여러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7~8년 시간 동안 만든 노래들이 많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발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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