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기준금리 3.0% 동결…고환율에 금리인하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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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일단 멈췄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화를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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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은은 지난해 10월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틀었다. 이후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 6회 인하) 이후 처음이다. 경기 하강 우려가 최근 더 커지면서, 3회 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한은은 금리 인하를 일단 멈추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기준금리(연 4.25~4.5%)와 격차도 최대 1.5%포인트 차로 유지됐다.

한은이 금리 동결로 통화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은 불안한 세계 금융시장 환경 때문이다. 예상보다 미국 경기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했다. 특히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25만6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15만5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2.9% 오르면서, 지난해 11월(2.7%)보다 상승률을 더 키웠다.

강한 경제 지표에 물가 상승률도 확대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두 차례 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지난달 끝났고, 오히려 인상으로 기울어졌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미국이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현재 1.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는 1.75%포인트 이상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한·미 금리 차는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차가 커지면 최근 1470원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원화 값도 추가 하락(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진한 국내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 낮춰 잡으면서, 1% 때 ‘성장률 쇼크’를 예고했다. 이달 발표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1.8%)와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의 올해 전망치는 평균(1.7%)은 이보다 더 낮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져 오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여기에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는 소비 위축 분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신정부가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수출이 9.3~13.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탄핵 정국으로 적극적 재정 정책을 결정할 리더십이 없다는 점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을 당장 쓸 수 없다면,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낮춰 경제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일단 시장 상황을 보기 위해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경기 하강이 심해지면, 한미 금리 차를 좁히더라도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추가 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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