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당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30대 지적장애인에게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한 원심을 지난달 26일 확정했다.

김씨는 2023년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건물주 A씨(84)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던 인근 모텔 업주 조모(44)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을 조사됐다. 조씨는 A씨 건물에 있는 주차장을 임차에 쓰고 있었으며 김씨는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조씨는 김씨에게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흉기 활용 연습을 시켰다. “조씨가 김씨를 가스라이팅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심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반감을 가졌다는 이유로 목 등을 칼로 수회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고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독자적 판단에 따라 계획해서 실행한 것이 아니라 지적장애를 이용한 교사범의 사주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을 참작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3심도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한편 김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씨에게는 지난 8일 2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7년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