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몸낮추지만…민주당 “준비됐다” 물밑에서 대선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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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한 뒤 배석하는 당대표 비서실장 등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들어 공개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7일 대장동 재판 출석차 서울중앙지법에 간 게 유일하다. 그 외에는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간담회 등 당내 행사를 소화하며 주로 국회에 머물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되고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내란특검법안 의결과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 등이 남아있다”며 “아직은 특검과 탄핵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12·3 비상계엄 후 “조기 대선” 언급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각종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독주하는 만큼 프레임 전환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판단이다. 지도부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뭘 해도 ‘대통령 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협치하자고 해도 대통령 행세로 몰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통령 수감-헌재 결정-대선 3단계가 내란의 종식’이라는 진행자 김어준씨의 말에 “체포까지 됐기 때문에 일단 내란 수습의 한고비는 사실 넘겼다”고만 답했다.

이 대표 본인도 전날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 기자들과 만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제 신속하게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고만 말했다. 윤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는 야권 인사들의 반응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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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야권 진영 물밑에선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관료 출신 초선 의원은 “쿠데타의 우두머리가 감옥에 갔으니 조기 대선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게 당연하다”며 “의원들끼리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역할 분담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초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 국민의힘에서 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대선 이야기를 금기시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맞지만 방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최근 보수 집회에 노년층뿐 아니라 20~30대 남성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 우선주의(먹사니즘)’를 더욱 강조해 외연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통 다선 의원은 “대선까지 길면 다섯 달, 짧으면 석 달간 실력있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 국민에게 선택 받을 것”이라며 “수권 능력의 핵심은 민생과 경제”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6일 오전 회의에서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내란 극복 추경은 경제 위기 극복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해 8·18 전당대회 이후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수권 정당 기반 확보”를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 관계자와 국회에서 외환시장을 점검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5대 시중은행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만나 금리 문제 등을 논의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6일 한국무역협회를 찾아 정부와 삼성·포스코 등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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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조직과 공약, 경선 규칙 등 대선과 관련한 현실적 논의의 필요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후보는 이재명”(친명 재선)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지만, 후보 추대가 아닌 경선은 필수로 여겨진다. 대표실 관계자는 “강성론자부터 협치론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후보가 경선에 출마하면 이 대표가 중간 어디쯤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총선 공약을 바탕으로 ‘킬러 컨텐트’를 더해 정책 승부수를 띄우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당내 ‘집권플랜본부’에 이어 정책 연구 조직 ‘우리가 만드는 세상(우만세)’도 이달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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