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의 불안한 동결…금리 인하 멈췄지만, 경제 전망은 더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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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행진이 일단은 멈췄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정치적 불확실성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기 부양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2% 밑돌 것”
16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여건이 과거 전망보다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이후) 소비나 내수, 특히 건설 경기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고,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비상계엄 이후 전망치인) 전 분기 대비 0.4% 증가가 아니라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 늘어, 지난해 전체로는 2.1~2.2%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비상계엄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0.4%)의 절반 수준인 0.2%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의 진단대로 된다면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원래 전망치(2.2%)를 하회해 2%를 턱걸이 할 수 있다. ‘1%대 성장률 쇼크’를 예고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9%)도 크게 낮춰야 할 상황이다.
이 총재도 “(신성환 금통위원) 한 분만 소수 의견(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냈다고 했지만, (금통위원) 모든 분이 다 현재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불안에 대외 신인도도 흔들
경제가 사실상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막아줄 소방수가 없다는 점은 더 문제다. 우선 시장에서 가장 기대했던 한은의 금리 인하 카드는 국내 정치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빠르게 끝날 줄 알았던 대통령 탄핵 정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순한 경제 불확실성을 넘어 대외 신인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총리 탄핵이 있고, 대통령 영장 집행 과정이 전 세계 뉴스에 나가다 보니까 (해외에서) ‘잘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전화 많이 온다”면서 “어제 사태(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해외에 ‘경제 정책이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다’ 이런 얘기를 계속할 건데, 잘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없고 안 받아들여지면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정치 이슈와 분리된 경제 여·야·정 협의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주하는 美 경제에 “금리 인하 속도 다시 판단”
세계 금융시장 불안도 고민거리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는 고용지표가 전망치보다 크게 높게 나오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향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했다. 미국 물가상승률도 다시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도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새로운 경제 정책을 펼친다면, 한은이 당분간 과감한 통화 정책을 펼칠 공간이 더 사라질 수 있다.
이 총재도 “미국이 (올해) 3번 정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올해) 한 번이냐 ‘0번(동결)’이냐 아니면 올릴 수 있단 얘기도 많이 한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후 금리를 어떤 속도로 내릴지 다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추경 카드 필요하지만 “전국민 지원은 안 돼”
금리 인하 카드가 일단 막히면서,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이 총재도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당국에서 결정하겠지만 (비상계엄으로)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떨어졌다면, 그 정도를 보완하는 규모로 15조원에서 20조원 정도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제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상황에 추경 추진의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감액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20조 원 정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대규모 추경을 제안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략을 위한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총재도 추경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안에는 사실상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자영업자가 어렵기 때문에 추경한다는 건데, 전 국민 대상으로 무차별 지원을 하는 것보다 자영업자를 타깃 해서 지원하는 거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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