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재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1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피의자 조사와 법원 체포적부심 심사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공수처 2차 조사를 거부한 뒤 서울중앙지법 체포적부심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관할권’을 문제 삼아 불법 체포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석 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체포적부심은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소 판사는 이르면 이날 내 결론이 내릴 전망이다.

공수처 출석 거부와 관련,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언론에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체포 직후 첫 조사에서 공수처의 질문에는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고유 권한”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으로 인한 국정 마비가 계엄 선포 배경”이란 취지로 일방적인 진술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무효’라서 응할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공수처와 윤 변호사 양측에 따르면 건강상 문제는 크지 않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도 “서울구치소에서 건강 관련 특이사항 보고는 없었다”고 전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16일 오후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소준석 판사) 심리로 열린 체포적부심 심사에 경호·의전 문제로 불참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했는지 다투는 절차다. 피의자 참석 의무는 없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언론에 “구금 상태의 대통령이 법원에 나오려면 경호와 의전 문제로 대통령과 법원 양쪽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중앙지법은 일부 출입구를 폐쇄하고 출입자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영장 관할권이 없는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위법·무효”라고 주장하며 전날 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석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의 관할 법원이라서 중앙지법에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리엔 윤 대통령 측 석동현·김계리·배진한 변호사, 공수처 측 차정현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이 출석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중앙지법을 공수처의 1심 재판 관할로 규정한 공수처법 31조 위반”이라며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 외곽을 경비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55경비단 공문까지 위조한 불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적부심사에 불출석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공수처 측은 “공수처법 31조는 공수처가 기소권이 있을 때의 관할 법원을 정하는 규정”이라며 “따라서 관할 법원은 공수처법 31조가 아닌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상 관할 법원은 범죄지·피의자 주소지 등 현재지가 기준이므로 서울 한남동을 관할하는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5경비단 공문 관련해선 경비단장이 문구를 확인한 뒤 관인 날인에 동의한 것이므로 위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하지만 이같은 공방으로 이날 저녁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공수처는 “통상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속영장 청구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는 동안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48시간 제한’에서 제외된다. 법원이 체포적부심 관련 수사기록을 제출받은 때부터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이 자료를 돌려받을 때까지가 기준이다. 이 시간만큼 사실상 체포기한이 연장된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 3분쯤 법원에 자료를 제출했다. 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수사기록 등을 검토해 이르면 이날 체포를 유지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