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바꿀 것인가 바뀔 것인가’는 말을 강조합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 체육계의 현실에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도적으로 바꾸는 대한체육회장이 되겠습니다.”

유승민(43)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되살리는 정책을 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그간 모은 아이디어와 조언을 행정에 활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일 잘하는 회장’ ‘부지런한 회장’으로 인정받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지난 14일 열린 선거에서 총 1209명의 투표자 중 417명의 선택을 받아 3선에 도전한 이기흥 현 회장을 38표 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그는 “2004년 올림픽 단식 결승 때도, 2016년 (리우올림픽 중) IOC 선수위원에 출마할 때도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이번 당선을 두고도 ‘기적’이라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 세 번이나 기적을 이룬 주인공이라면, 대한민국 체육을 바꾸는 걸로 네 번째 기적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유세 기간 중 체육인들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어보고 싶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녔다. 따져보니 이동 거리가 6만㎞나 됐다”면서 “체육회 산하 68개 종목을 모두 체험했고, 새해 세배만 300번을 했다. 머리 숙인 횟수가 중요하진 않지만,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으로 목숨을 잃은 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의 부친으로부터 당선 직후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소개한 그는 “대한민국 체육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는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IOC 산하 인권 소위원회에 몸담으며 배우고 익힌 내용을 적극 활용해 체육인들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에 대해 고강도 개혁을 진행해 체육계 개혁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내부 조직은 물론, 사업 방식 등에서 정체돼 있거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찾아낼 것”이라면서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바꿔 자존감이 낮아진 체육회 직원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하겠다. 개혁의 목적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체육회와 장기간 불협화음을 낸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장미란 차관과 만났다는 그는 “문체부와 체육회가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직후 모든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드렸고, 이기흥 회장께선 특유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잘 혀(해)’라고 했다”면서 “선거 과정에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이젠 더 이상 네 편 내 편이 없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