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하마스 470일 만에 휴전 합의…“트럼프가 결정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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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종전에 합의했다. 휴전안은 이르면 일요일인 오는 19일 발효될 예정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의 포화가 470일 만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전쟁 발발 후 1년3개월간 공전하던 협상이 급물살을 탄 배경과 관련,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여를 지목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지난 11일 이스라엘 방문이 이번 합의를 결정적으로 이끌었다면서다. 이때 위트코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체는 “이 한 번의 회담이 협상 돌파구를 만들었고, 네타냐후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협력이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평도 나왔다. 위트코프는 카타르 도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고문인 브렛 매커크와 머리를 맞댔다. CNN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드물게도 맞아떨어져 가능했다”고 짚었다. 바이든에겐 퇴임 전 업적이 필요했고, 트럼프 역시 취임 전 중동 사태를 해결해야 관세와 이민 문제 등 자신의 공약 이행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휴전 합의안은 6주간 휴전 상태에서 양측이 수감자와 인질 등을 교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하마스가 생존 인질 중 여성·어린이를 포함한 33명을 먼저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질 1명당 30명, 여군 포로 1명당 50명의 비율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줄 계획이다. 이번에 석방될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총 990~1650명 규모로 추산된다.
1단계 합의가 진행되는 사이 휴전 16일 차에 2단계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머지 이스라엘군 포로 석방,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이 의제다. 이후 3단계에선 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의 감독 아래 가자지구 재건을 시작한다.
양측은 협상 막바지까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의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이스라엘 측은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각종 무기가 밀반입되는 만큼 이를 감시할 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을 내걸었다.
휴전안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들은 “1단계에서 이스라엘군 일부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지만, 완전 철수는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권을 단 1㎜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하마스가 재조직화에 성공하고 나면 이스라엘군이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둔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휴전 성사로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속단하긴 힘들다. 인질과 수감자 교환 등을 담은 1단계 휴전 절차는 구체적이지만, 2단계부터는 원론적인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전안 문구가 느슨해 언제든지 합의가 무너질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지적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가자지구 재건 비용 등이 걸려 있어 2, 3단계 휴전 절차에 돌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자지구를 앞으로 누가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는 분석은 향후 평화 구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거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마스와 앙숙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 것도 과제다. 이스라엘의 경우 하마스 기습 등으로 1589명이 숨졌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역시 전쟁 발발 이후 4만670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전을 앞두고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어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16일 가자지구에서 공습으로 최소 73명이 숨졌다.
그래도 15개월 넘게 지속되던 전쟁의 휴전 타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환영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인질 수십 명과 가족들의 고통을 끝내준 데 (감사를 표했다)”며 “(양측이) 곧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역시 “가자지구 공격 중단 합의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저항,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의 자유인들이 이뤄낸 업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각이 16일 오전 예정이었던 휴전안 표결을 돌연 연기하면서 합의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하마스가 마지막 순간에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합의 일부를 파기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모든 요소를 수락했음을 통보하기 전까지 내각을 소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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